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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소년원생의 SOS, 관심과 기다림이 가져온 변화" - 반복 자해 소년원생, 미(美)술 치유로 변화 이끈 전주소년원
  • 기사등록 2025-11-25 09:12:08
  • 수정 2025-11-25 09: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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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라며 자기 발톱을 스스로 뽑아내던 16세 소년. 깊은 불안과 분노를 폭력과 자해로 표출하며 통제 불능 상태에 놓였던 그가, 이제 뾰족한 도구 대신 색연필을 잡고 마음속 감정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법무부(정성호 장관)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은 11월 25일, 발톱을 뽑는 등의 반복적인 자해 행동을 지속하고 심지어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던 한 소년원생이 이색적인 미술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행동 안정 및 정서 조절 능력이 크게 향상된 성공적인 재사회화 사례를 소개했다.


A군(16세. 고1)은 유년기 모(베트남 국적)의 가출, 부의 방임으로 조모 슬하에서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정서적 단절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성장했다. 여기에다 또래 관계의 실패를 겪으며 마음속 깊이 상처를 쌓아왔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불안이 커질수록 공격성과 충동성으로 표출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반복적인 갈등과 분노 폭발은 결국 ‘특수절도’,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 등의 보호처분으로 이어져, 끝내 장기(2년) 소년원 수용 결정이라는 보호처분이 뒤따랐다. 


소년원 입소 초기, A군의 불안정한 정서로 극에 달했다. 교사의 사소한 지적에도 격렬한 반항, 이유 없는 공격적 언행과 폭력, 조용한 환경에서도 갑작스러운 긴장 폭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발톱을 뽑는 극단적 자해 반복 등 이상행동이 나타났다. 소년원 생활의 부적응이 계속되고, 문제행동이 심화하자, 결국 징계 이송이 결정되었다. 


2025년 8월 전주소년원으로 이송된 이후, 직원들은 A군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매일 상태 점검, 감정 폭발 전후의 행동 패턴 기록, 위험 물품 관리 강화, 야간 모니터링 강화, 짧은 대화라도 반복해서 라포 형성 등 쉼 없는 노력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A군의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밖으로 끌어내 줄 것인가?'였다. 여러 차례 사례 회의 끝에 A군이 특히 미술 수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작은 단서를 활용해, A군의 내면에 접근하기 위해 미술 활동(Art-based intervention) 도입을 결정했다. 


가장 먼저 적용한 것은 만다라 색채 활동이었다. 처음에는 3분도 앉아 있지 못하던 소년이 2주 차부터 20~30분씩 집중하며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색을 칠하는 동안 A군의 호흡은 안정되고, 손동작은 부드러워졌다. 자해 충동이 올라오는 시간대에 교사는 "그림을 더 하고 싶니?"라고 물었고, A군은 "네"하고 대답하며 자해대신 그림을 선택하는 새로운 행동 패턴을 보였다. 만다라가 좋은 효과를 나타내자, 미로찾기, 점 잇기 등의 대체활동을 제공해 감정 안정화에 도움을 줬다. 이번에는 도화지를 제공하여 마음을 표현해 보도록 유도했다. 교사들은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소년은 그림을 완성한 뒤 "생각보다 잘한 거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발표를 자청하지는 않지만 교사에게 "이 부분은 일부러 삐뚤게 칠한 거에요.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둡고 난해했던 그림에서 화사한 꽃이나 자연으로 변해갔다. 무기력하던 표정이 차츰 안정된 표정으로 변화되었고, 또래와의 충돌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하루가 멀다고 일으키던 자잘한 사건과 자해가 어느 순간 뚝 멈췄다. 입소 이후 3주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A군을 개선시키기 위하여 그림 지도(송철진 생활지도계장) → 그림 해석(최단정 정신보건임상심리사) → 심리 상담(김정은 상담교사) → 생활 지도(서용재 담임교사)의 협업체계가 이뤄졌다.


A군은 최근 면담에서 짧지만,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그림 그릴 때는 머리가 좀 덜 복잡해요”, “자해 생각이 나도...그냥 색칠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요”. 이 한 문장은 '통증으로 감정을 덮던 아이가, 이제는 색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계장님께.... 못 고칠 것 같았던 발톱을 뜯는 습관을 지금까지 안 뜯고 고쳐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 즐겁습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니 그림에만 집중해서 잡다한 생각은 안 하고 즐겁습니다... 이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꼭 이곳 전주에서 생활하다 퇴원하고 싶습니다....중략”


처음 미술 기반 치유 접근을 제안한 송철진 생활지도계장은 "A군은 처음에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힌 아이였습니다. 우리는 그 문을 억지로 여는 대신, 아이가 스스로 열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미술은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주었고요. 자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대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은 매우 큰 성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전국 소년 보호기관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현장 치유 모델로 평가된다. 치유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소년은 직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기다림 끝에, 자해 행동 감소, 정서 안정 및 충동 조절 향상, 관계 갈등 예방, 교사-학생 간 신뢰 형성, 처우 회복 및 재범 위험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김행석 원장은, “한 아이의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기다림입니다. 직원들이 쉼 없이 관찰하고, 기록하고, 대화하며 만들어 낸 이 변화는 우리 기관 전체의 자긍심입니다.”라고 밝혔다.


반복적인 자해와 통제 불가능한 분노로 징계 이송까지 되었던 한 소년이, 교사들의 끈질긴 노력과 미술 중심의 치유적 프로그램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발톱을 뽑으며 자기 안의 고통을 숨기던 A군은 이제 색연필을 잡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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