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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에서 평가의 중요성과 국제적 동향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5-11-25 0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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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학교와 병원, 복지기관이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려면 “얼마나, 누구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수치와 지표로 보여줘야 한다. 평가 없는 치유는 개인적 경험에 머물지만, 평가를 갖춘 치유는 사회적 제도와 정책으로 확장된다. 치유농업에서 평가는 크게 세 층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 첫째는 참여자의 변화에 대한 평가다. 불안·우울·스트레스 지수, 수면의 질, 자율신경계 균형, 심박변이도(HRV), 근 긴장도, 인지 기능, 사회성 향상 정도를 객관적 도구로 측정할 수 있다.

 

공예·원예·농작업 프로그램 전후에 심박 측정기, 스트레스 지수 측정기, 바디체커, 뇌파 측정, 설문지 등을 활용하면 “체험이 끝난 뒤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말이 단순 소감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검증된 결과로 뒷받침된다. 둘째는 프로그램 자체의 질에 대한 평가다. 프로그램 구성의 체계성, 강사의 전문성, 안전관리, 농장·공방의 공간 구성과 동선, 참여자와의 의사소통 등을 점검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평가다. 치유농업이 농가 소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지역 일자리와 연계는 어떤지, 복지·보건·교육 비용 절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 세 층위가 함께 돌아갈 때 치유농업은 비로소 “감성의 언어”와 “정책의 언어”를 동시에 갖춘다.

 

국제적으로도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 그린케어(green care)에 대한 평가는 이미 중요한 연구 주제로 자리잡았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치유농장의 정신건강 개선 효과, 치매 노인·장애인의 사회성 향상, 청소년 문제 행동 감소 등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그들은 단기 만족도 조사가 아니라, 6개월~1년 이상 장기 추적을 통해 자존감 변화, 약물 복용량 감소, 재입원율 변화 등을 분석한다.

 

이는 치유농장이 단지 ‘기분 전환의 장소’가 아니라, 보건·복지 시스템의 한 축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네덜란드·노르웨이 등은 건강보험, 복지 예산과 연계해 치유농장 이용료를 공적 재정에서 지원하는데, 그 출발점에는 바로 이와 같은 체계적인 효과 평가가 있었다. 일본 역시 원예치료, 농업복지, 복지농장에 대한 평가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정신질환자, 발달장애 아동,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원예·농업 프로그램에서 우울감 감소, 대인기피 완화, 일상생활동작(ADL) 기능 유지·향상 등의 효과를 시각화하여, 지방정부와 의료기관을 설득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단순히 “효과가 있다”라는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대상에게 더 적합한지, 주당 몇 시간·몇 주 이상 참여해야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는지까지 세분화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평가가 쌓일수록 치유농업은 “좋을 것 같은데?”라는 추정에서 “이 대상에게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제공하면 이 정도의 변화가 난다”라는 예측 가능한 서비스로 변모한다. 국제적 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융합형 평가’다. 정량 지표와 정성 평가를 함께 쓰는 방식이다. 설문지와 생체지표로 수치를 확보하는 한편, 참여자의 서술, 사진·영상 기록, 작업 결과물 분석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매 어르신의 경우, 스트레스 지수와 심박변이도만으로는 읽어내기 어려운 표정·몸짓의 변화를 사진과 관찰일지로 기록하여, 가족과 요양보호사, 연구자가 함께 해석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센서, 모바일 앱을 활용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도 활발하다. 숲길을 걷거나 밭에서 작업하는 동안 심박·걸음 수·체온·수면 패턴 등이 자동으로 저장되면서, 치유농업의 ‘현장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국제적 흐름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치유농업을 하는 농장·공방·기관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평가를 설계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다 짜놓고 ‘끝나고 설문지만 돌리자’라는 식의 평가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변화를 목표로, 어떤 도구로, 어느 시점에 측정할 것인지 기획의 초반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둘째, 현장 전문가와 연구자, 행정 담당자가 함께 평가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농장·공방은 참여자의 표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읽어내는 감각을 갖고 있고, 연구자는 그것을 지표화·수치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행정은 여러 현장을 묶어 표준 지표를 만들고, 이를 지원 정책과 연결할 수 있다. 이 셋이 따로 움직이면 평가는 서류 작업이 되거나, 현장과 동떨어진 통계가 되기 쉽다.

 

셋째, 평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앞으로 치유농업은 복지·보건·교육 예산과 연계되면서 공공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근거로, 얼마만큼의 예산을 지원받을 것인가”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살아남는 곳은 ‘홍보를 잘한 농장’이 아니라, ‘효과를 입증해 온 농장’이다. 치유 효과를 증명한 데이터는 그 자체로 농장의 브랜드가 되고, 새로운 고객과 공공기관을 끌어들이는 신뢰의 기반이 된다. 작은 농장이라도 간단한 스트레스 지수 테스트와 만족도 조사, 체험 일지 정도부터 꾸준히 쌓아가면, 몇 년 뒤에는 그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나만의 데이터 자산”이 된다.

 

마지막으로, 평가의 목적은 숫자를 뽑아내는 데 있지 않다. 평가의 진짜 가치는 현장을 더 나은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대상별로 프로그램을 차별화할 수 있으며, 안전과 만족도를 함께 높이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치유농업의 본질은 사람을 살리고, 농촌과 자연을 다시 삶의 무대로 회복하는 데 있다. 그 길 위에서 평가는 부담스러운 행정 절차가 아니라, 치유의 깊이를 더하고 미래를 여는 나침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5. 치유농업에서 뉴로피드백 기반 장비와 적용.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1-19).

김현주. 2025. 알파파·세타파 기반 이완효과 평가 기기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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