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현대사회는 스트레스의 시대다. 수많은 정보, 빠른 변화, 과도한 경쟁, 도시적 소음과 복잡성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는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심리학자 리처드 라자루스(Richard S. Lazarus, 1922~2002)의 스트레스 이론은 다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리처드 라자루스는 스트레스 연구의 중심을 ‘사건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인지적 평가)에 둔 심리학자다. 그는 수전 폴크먼과 함께 스트레스–대처 이론(coping theory)을 정립해 현대 심리학과 상담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감정·스트레스·대처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스트레스를 단순히 자극이나 생리적 반응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라는 인지적 평가(cognitive appraisal)의 관점에서 이해했다. 이 관점은 치유농업이 추구하는 ‘자연 속에서의 회복’과 ‘심리적 재해석’을 설명하는 데 매우 강력한 이론적 토대가 된다.
라자루스는 인간이 외부 자극 앞에서 먼저 1차 평가를 통해 그것이 위협인지, 도전인지, 혹은 무관한 것인지를 판단한다고 보았다. 이어지는 2차 평가에서는 자신이 그 상황을 감당할 자원과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는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의 렌즈’에서 발생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위기로, 어떤 사람은 기회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유농업은 바로 이 ‘평가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도시적 자극을 잠시 멈추고 흙을 만지며, 자연의 리듬에 맞춰 호흡하고, 식물을 가꾸는 과정은 우리의 인지적 평가 체계를 안정시키는 치유적 자극이 된다. 이것은 단순히 자연이 주는 정서적 편안함이 아니라, 라자루스가 말한 스트레스-대처 모델(stress–coping model)의 핵심이 자연 속에서 재작동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모종을 옮겨 심는 행위는 작은 성공 경험을 제공하며,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기효능감을 강화한다.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2차 평가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내적 자원이다. 또한 흙 냄새, 식물의 성장, 계절의 변화 같은 자연의 신호는 스트레스를 ‘감정 중심 대처(emotion-focused coping)’로 부드럽게 흡수하게 한다. 풀잎을 만지는 촉각, 햇볕의 온기, 새소리와 바람 소리는 불안을 가라앉히고 감정을 조절하는 생리적 기반을 회복시킨다.
라자루스 이론의 중요한 지점은 스트레스 대처의 방식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각 개인이 가진 자원과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치유농업은 바로 이러한 자원을 의도적으로 확충하는 활동이다. 자연 속에서의 활동은 문제 중심 대처(problem-focused coping)와 감정 중심 대처를 모두 강화한다. 예를 들어, 잡초를 제거하고 밭을 정리하는 행위는 문제 해결적 활동이며, 꽃을 감상하고 향기를 맡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과정은 감정적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다. 이 둘이 결합될 때 스트레스 대처 능력은 가장 건강한 형태로 확장된다.
특히 치유농업은 참여자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높인다. 라자루스는 스트레스를 통제감의 상실로 보았고, 이를 회복하는 것이 대처 과정의 핵심이라 말했다. 자연은 예측 가능한 리듬을 가지고 있어, 씨를 뿌리고 모종을 돌보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성장의 결과가 나타난다. 이 반복적 경험은 통제감의 회복을 이끌어 낸다. 현대인의 삶에서 결핍된 ‘일의 순환과 완결’이 농업 활동에서는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체 기반 치유농업은 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 라자루스는 사회적 지지가 스트레스 대처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치유농장에서의 협동 작업, 서로의 텃밭을 돌봐주는 상호작용, 함께 음식으로 나누는 수확의 기쁨은 정서적 지지와 관계적 안정감을 만든다. 이 과정은 스트레스 취약성을 낮추고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라자루스의 스트레스-대처 이론은 치유농업의 효과를 단순한 자연 치유력 이상의 심리적 기제로 설명해 준다. 자연 속에서의 활동은 위협으로 보였던 상황을 도전으로 재해석하게 하고,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마음을 ‘할 수 있다’라는 확신으로 바꾸며, 감정의 혼란을 안정된 리듬 안으로 이끌어 준다. 이는 치유농업이 단순한 취미나 힐링 프로그램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심리적 회복 모델임을 보여준다.
라자루스의 관점에서 보면 치유농업은 결국 “삶을 다시 해석하게 하는 공간”이다. 자연을 가꾸는 행위는 곧 마음을 가꾸는 행위이며, 불안과 압박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스트레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치유농업은 위협을 기회로, 혼란을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삶의 지혜이자, 라자루스 이론이 말한 ‘대처 능력의 확장’이 실현되는 가장 일상적이고 아름다운 길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로고 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1.22.).
최연우. 2025. 메리 에인스워스의 애착 이론과 치유농업의 기제.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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