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한국 전통 종이문화의 근원을 새롭게 조명한 신간 『한지로 보다』를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25년 전주도서관 출판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삼농연구소 이승형 박사, (재)전주문화재단 한지연구팀장 임현아 박사, 군장대학교 전양배 교수(미술학 박사)가 오랜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 집필했다.
『한지로 보다』는 한지를 단순한 전통 재료가 아니라, 동아시아 문명과 한국 생활문화의 축을 이루는 ‘기록·기술·미학의 집합체’로 바라본다. 책의 전반부는 한지의 전설적 기원에서 세계 종이의 흐름까지, 종이문화의 큰 변화를 비교하며 서술한다.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의 기록 방식, 파피루스와 필사 문화, 한지의 주요 산지, 닥나무의 이름과 상징 등은 한지의 정체성을 세계사 속에서 재해석하게 한다.
후반부에서는 한지 제작 기술의 정수에 집중한다. 닥나무 껍질의 손질, 섬유 특성, 고해 과정, 전통 뜨기 방식, 닥풀의 점성과 역할, 한지발틀과 ‘꼬쟁이’ 도구 등 150여 개 항목을 통해 한 장의 종이가 탄생하기까지의 세밀한 과정을 과학적·기술사적 시각으로 정리했다.
특히 건조판과 습지 사이에 공기를 넣는 기술, 종이에 남는 ‘숨’, 장지(長紙)의 구조 등은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설명으로, 한지의 내구성·투과성·조형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기술·장인의 미감을 한 흐름으로 엮어내며 한지가 왜 강하고 오래가며, 왜 한국 건축과 공예, 기록문화가 한지를 중심으로 발전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지로 보다』는 연구자와 공예가뿐 아니라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한지의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