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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의 현장 실험, 꽃장식 식탁이 남긴 의미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송미진 교수
  • 기사등록 2025-11-18 09: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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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주기전대학 산학협력단은 완주군 교육발전특구사업의 일환으로‘하루완주 오감힐링로드’ 치유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대상자들이 완주 관내에 있는 치유농장에서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치유가 될 수 있도록 해서 관광과 치유라는 효과를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 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전에 11월 12일과 14일에 시범운영을 하면서 점검을 했다. 12일에는 완주군 관내 초등학교 5·6학년생들이 참여해 어린이 관점에서의 체감 효과를 살폈고, 14일에는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재학생들이 참여해 성인 대상의 프로그램 점검이 이루어졌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연령과 특성에 맞추어 농장별로 구성 요소가 중복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조정됐으며, 감각 자극, 움직임 기반 활동, 자연재료 체험 등이 균형 있게 배치되었다. 전체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운영되었고 참여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대상자들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요소는 정작 공식 프로그램 항목이 아니었다. 바로 치유농장 한켠에 마련해 둔 ‘꽃장식 식탁’이었다. 하얀 천이 깔린 테이블 위에 촛대 몇 개, 모과와 작은 호박, 잘 익은 가을 과채류, 단풍이 든 나뭇가지와 들풀, 그리고 가을꽃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저 소박한 농가의 가을 정취를 담아 꾸민 식탁이었지만, 참여자들은 이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리고 힐링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 식탁은 원래 프로그램 구성에 포함되지 않은 ‘부수적 장치’에 가까웠다. 식탁 위에는 간단한 샐러드와 음료 정도가 놓여 있었으니 외형만 보면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참여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강렬했다. “나를 위해 마련된 자리 같다.” “자연이 나를 초대하는 기분이다.” “마음이 환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각기 다른 표현 속에서도 공통된 감정은 ‘환대감’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공간을 다듬어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치유의 첫 단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치유농업의 이론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반응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꽃과 식물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힘을 지닌 존재로 알려져 왔다. 병실에 놓인 작은 꽃병이 환자의 불안을 줄이고, 사무실의 화분 한 그루가 일의 피로를 덜어준다는 연구는 이미 수없이 축적되어 있다. 꽃은 시각적 아름다움 너머에 생리·심리적 안정 효과를 품고 있다. 특히 직접 꽃을 만지고, 향을 맡고, 촉감을 느끼며 장식하는 행위는 감각 치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훨씬 더 큰 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치유농장의 꽃장식 식탁이 주는 힘은 단순한 화훼장식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공간을 치유적으로 디자인하는 힘”, 즉 치유적 환경 조성의 핵심 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였다. 사람들은 식탁의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그 공간이 자신을 환대하고, 자연이 자신의 곁에 온 것 같은 ‘정서적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 자연물의 조화로운 배치, 계절감을 담은 소재 선택, 여백 있는 구성은 단순히 장식을 넘어 마음의 흐름을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치유농업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의미 기반 치유(Meaning-based Healing)’가 자연스럽게 촉발된 장면이었다. 참여자들은 식탁 위 놓인 호박과 모과, 들꽃의 조합에서 ‘가을의 시간성’을 느끼고, 향긋한 자연 냄새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렸으며, 누군가 자신을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다는 상징성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다. 치유는 활동 자체보다 ‘경험의 의미’에서 더 강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꽃장식 식탁은 참여자들이 “잠시 멈추는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인의 삶은 늘 빠르고 촘촘하다. 특히 학생들은 학업과 각종 활동에 쫓겨 자연 속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꽃장식 식탁 앞에서는 모두가 자연히 속도를 늦추고, 조용히 주변을 살피며, 눈앞의 자연을 깊이 바라보았다. 이 짧은 멈춤이 바로 치유농업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다. 자연과 인간이 잠시라도 호흡을 맞추는 순간, 마음의 회복이 일어난다.

 

농업의 영역에서도 꽃과 화훼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치유농업의 확대, 도시농업의 확산, 복지·교육·관광과의 융합 속에서 꽃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치유와 정서케어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화훼장식은 사람의 마음을 열고 공동체를 이어주는 매개가 될 뿐 아니라,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확장하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농업이 더 이상 생산 중심 산업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삶을 치유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꽃장식 식탁’은 작은 앳된 시도였지만, 치유농업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드러내 준 장면이었다. 꽃이 주는 안정, 자연이 건네는 위로, 환대받는 경험이 한 자리에 모여 참여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정의 울림을 남겼다. 치유농장에서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마음을 회복시키는 조용한 힘이다. 이는 치유농업이 앞으로도 지향해야 할 길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5. 치유농업에서 화훼장식의 비언어적 치유 효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7-07).

송미진. 2025. 화훼장식의 본질과 치유농업에서 의미.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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