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꽃은 꽃은 인간의 감정과 가장 가까운 언어다. 기쁨의 순간에 꽃은 축하의 상징으로 피어나고, 슬픔의 자리에선 위로의 상징으로 놓인다. 그러나 오늘날의 화훼장식은 단순한 ‘꾸밈’, ‘장식’, ‘연출’의 예술을 넘어,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예술’로 변모하고 있다.
인간과 식물이 교감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회복력이 주목받으면서, 화훼장식은 치유농업의 한 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의 화훼장식이 시각적 조형미와 기술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오늘의 화훼장식은 감정의 언어와 치유의 상징성을 담아낸다.
식물을 단순한 장식 소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하며, 그 생명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비춰본다. 꽃을 꽂는 행위는 단순한 손의 작업이 아니라, 마음의 질서를 세우는 명상의 과정이다. 색채와 향, 형태의 조화를 맞추는 동안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불안을 정리하고, 불균형했던 감정을 가다듬는다. 이처럼 화훼장식은 ‘시각예술에서 체험예술로’, ‘기술에서 마음으로’ 이동하고 있다.
치유농업의 관점에서 보면, 화훼장식은 인간과 식물 간의 감각적 상호작용을 가장 세밀하게 다루는 분야다. 그동안의 농업이 생산 중심의 산업이라면, 치유농업은 관계 중심의 산업이다. 씨앗을 뿌리고 식물을 가꾸는 행위는 생산을 넘어, 돌봄과 소통의 과정으로 확장된다. 화훼장식 활동은 그 돌봄의 완성 단계에 해당한다.
농장에서 재배된 꽃과 잎, 가지를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여자는 ‘자신이 가꾼 생명’과 ‘자신의 내면’을 연결한다. 그 속에서 농업은 치유의 매개가 되고, 화훼장식은 정서적 회복의 언어가 된다. 특히 화훼장식의 치유적 전환은 심리적 약자에게 강력한 회복의 경험을 제공한다.
치매 노인은 꽃의 색과 향을 통해 기억의 조각을 되찾고,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꽃의 성장 과정에서 생명의 의지를 느낀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통해 성취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며,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는 공동 작업이 사회적 유대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듯 화훼장식은 단순한 시각 예술이 아니라, 심리치료·작업치료·사회복귀 프로그램으로 기능한다. 실제로 유럽의 일부 병원과 복지시설에서는 플로럴 테라피(Floral Therapy)가 정식 심리치료 보조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치유화훼 프로그램’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화훼장식의 치유적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농업과 예술, 심리치유를 하나로 엮는 융합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꽃을 심고 가꾸는 과정은 농업의 실천이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문화의 창조이며, 이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인간성의 회복이다. 따라서 화훼 장식을 이용한 치유는 단순한 취미나 장식이 아니라, 농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 모델이자 농촌복지의 확장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돌봄과 웰빙 중심의 농업으로 전환되는 ‘농업 패러다임의 변곡점’을 상징한다. 이제 화훼장식은 교실이나 행사장에서의 일회성 체험을 넘어, 치유농장의 상설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꽃을 매개로 한 명상과 감정표현, 창작활동은 도시민의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농촌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와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이 화훼장식 프로그램의 운영자나 강사로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회복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즉, 화훼장식은 농촌의 문화복지이자,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감성의 다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꽃을 만지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삶을 가꾸는 법을 배운다. 줄기를 자르고 잎을 다듬으며,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내고 본질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그 과정이 곧 치유이며,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화훼장식의 치유적 전환은 단지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 속에서 다시금 자신의 마음을 되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치유농업은 예술과 생명의 언어로, 우리 모두의 일상 속에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날 수 있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5. 영혼을 치유하는 미학의 언어, 아프리카의 치유 화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0-13).
송미진. 2025. 유럽의 치유 화훼장식 역사와 발전.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9-29).
송미진. 2025. 아메리카에서 치유 화훼장식의 역사.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