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꽃은 국가와 민족을 넘어, 오래된 치유의 언어로 사용되어 왔다. 중국에서도 매우 오랜 옛날부터 꽃장식(花藝, Floral Art)이 단순한 미적 행위가 아닌 정신적 치유의 예술로 발전해 왔으며, 그 역사는 약 2,000년에 이른다.
중국 고대 문헌 가운데 꽃과 향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시경(詩經, 기원전 11~6세기경)과 『한서(漢書, 서기 1세기 편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경』에는 제례에서 난초·국화 등의 식물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한서』에는 궁중 의례와 향(香)의 사용이 언급된다.
이미 전국시대(기원전 5~3세기경)부터 귀족들은 향기로운 난초·국화·매화를 병에 꽂아 궁정이나 제례 공간에 두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조화(和)를 상징하는 정신적 행위로 여겨졌다. 특히 『예기(禮記, 기원전 3~2세기경)에서는 “화(花)는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향(香)은 덕을 밝힌다”라고 하여, 꽃의 향과 형태가 마음의 수양과 덕의 함양에 연관된다고 하였다.
당대(618~907)와 송대(960~1279)에 이르러 꽃장식은 불교와 도교 의례, 그리고 문인 문화 속에서 더욱 깊이 자리 잡았다. 불교에서는 법당의 공양화(供養花)를 통해 인간의 번뇌를 씻고 마음을 정화하는 상징으로 꽃을 사용했다.
도교에서는 꽃이 ‘기(氣)’의 순환과 생명의 재생을 상징했으며, 매화·대나무·난초·국화를 ‘사군자(四君子)’로 삼아 인간의 도덕적 수양과 자연의 리듬을 연결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문인화가와 시인들은 꽃을 통해 정신적 휴식과 심리적 치유의 미학을 표현했다. 송대 이후에는 문인들의 정원과 실내 장식 문화가 발전하면서, 꽃꽂이가 생활예술로 확산되었다.
『고화품록(古畫品錄, 남제·양나라 시기, 6세기경)에는 “꽃을 다스리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같다”라고 기록되어 있어, 꽃의 배치가 인간의 심리적 조화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심리치료나 원예치료에서 강조하는 ‘자기표현(self-expression)’과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의 원리가 이미 이 시기 꽃 문화 속에 내재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명대(1368~1644)와 청대(1644~1912)에 들어서면서, 꽃장식은 회화·정원 예술·도자기·문방구 문화와 결합하며 한층 섬세하고 감성적인 예술로 발전했다. 특히 여성의 내실(內室) 문화 속에서 꽃을 꽂고 향을 피우는 행위는 심신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상적 치유 행위로 자리 잡았다. 『여사고(女四書, 청대 중기, 18세기경)에서는 “꽃을 돌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향기를 느끼면 근심이 사라진다”고 하여, 꽃과 향이 일상의 심리 조절 수단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20세기에 들어 서양의 플로리스트리(Floristry)가 도입되면서, 중국의 전통 꽃 예술은 현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전통의 ‘기(氣)’ 개념과 현대 디자인 감각이 결합된 ‘중국식 치유 플로랄(Chinese Healing Floral Art)’이라는 새로운 조류가 형성되었다.
베이징, 항저우, 쑤저우 등지의 정원 도시에서는 전통 도자기 화병과 동양적 색채 조합을 활용하여 정신 안정, 우울 완화, 공간 심미 치료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이 확산되었다. 이는 오늘날 중국의 웰니스 산업, 특히 ‘심리 치유형 플로럴 테라피(心理疗愈花艺)’의 근간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자(莊子, 기원전 4세기경) 철학에서 말하는 ‘무위(無爲)’의 정신을 꽃장식의 미학에 다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꽃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억지로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디자인 철학은 현대 심리학의 ‘자기 수용(self-acceptance)’ 개념과 맞닿아 있다.
베이징사범대(北京师范大学), 저장농림대(浙江农林大学) 등에서는 꽃을 이용한 정서 안정 프로그램과 원예심리치료 연구가 진행 중이며, 병원·요양시설·공공정원 등에서도 치유형 꽃장식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꽃을 이용한 치유의 전통은 시대마다 그 형태를 달리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5. 영혼을 치유하는 미학의 언어, 아프리카의 치유 화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0-13).
송미진. 2025. 유럽의 치유 화훼장식 역사와 발전.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9-29).
송미진. 2025. 아메리카에서 치유 화훼장식의 역사.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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