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하버드대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1929~2021)은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른 대표적 생태학자이자 사회생물학의 개척자였다. 그는 1984년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설명하는 획기적 가설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생물친화가설(Biophilia Hypothesis)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어, 환경심리학(Environmental Psychology), 치유농업(Healing Agriculture), 웰빙 연구에도 자주 응용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의 생물친화가설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성향을 지닌다고 했다. 그는 수백만 년 동안 숲과 강, 동식물 속에서 진화해 온 인간은 자연에 대한 친화력을 내면화했으며, 이는 생존과 행복의 근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숲길을 걸으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꽃을 보며 미소 짓거나, 물소리를 들으며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과 이어질 때 정신적 행복을 찾도록 진화해 왔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반대로 도시화와 산업화로 자연과의 접촉이 줄어들면 불안, 피로, 고립감이 커진다. 윌슨의 생물친화가설은 바로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러한 본능은 치유농업(Healing Agriculture)과 산림치유(Forest Therapy)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치유농업은 농업 자원을 활용해 심리·사회적·신체적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은 인간 본성에 깊이 자리한 생물친화적 욕구를 자극한다.
식물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은 인간의 삶의 주기와 맞닿아 있어 생명 존중과 공감 능력을 강화한다. 또한 농작업을 통해 신체 활동은 늘어나고, 공동체와의 교류는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시킨다. 치유농업은 단순히 농사를 짓는 일이 아니라 생명과의 교감이자 치유의 과정이다.
산림치유 역시 생물친화가설을 실천하는 대표적 활동이다. 숲속 산책, 삼림욕, 숲 명상, 자연 해설 프로그램은 모두 자연과의 교류를 기반으로 한다. 연구에 따르면 숲 환경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을 낮추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며, 주의력 회복과 우울 완화에도 뚜렷한 효과를 준다.
숲의 향기와 바람, 새소리와 같은 자연 자극은 뇌의 알파파(Alpha wave)를 증가시켜 심리적 이완과 몰입을 돕는다. 숲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 속에서 안정을 얻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치유농업과 산림치유는 단순한 건강 증진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현대인은 디지털 피로와 과도한 경쟁, 도시적 고립 속에서 정서적 불안을 겪는다. 이때 농업과 숲은 자연과의 단절을 회복시키는 대안적 공간이 된다. 치유농업은 농촌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와 공동체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고, 도시민에게는 본능적 안정감을 되찾게 한다. 더 나아가 웰빙(Well-being), 지역 재생, 사회적 복지,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가치와도 맞닿는다.
윌슨의 생물친화가설은 단순한 생태학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환경 보전과 인간 행복을 동시에 설명하는 패러다임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을 원한다면, 환경 파괴는 곧 인간성의 근본을 위협하는 행위다. 따라서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일은 곧 행복을 회복하는 일이 된다. 치유농업과 산림치유는 이러한 본능을 충족시키며, 인간이 자연 속에서 정체성을 발견하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속에서 위안을 얻고 의미를 찾는 존재다. 흙을 만지고 숲을 걸으며 생명과 호흡하는 순간이야말로 인간 본성에 가장 충실한 시간이다. 윌슨의 통찰처럼, 생물친화적 본능을 충족시킬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에 다가선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심리학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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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우. 2025. 치유농업 심리학, 역할과 전문분야의 필요성.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