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브랜드 전략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로고나 포장 디자인, 혹은 광고 문구와 같은 시각적 요소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프랑스 경영학자 장-노엘 카프레르가 제시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은 브랜드를 단순한 외형이나 마케팅 도구가 아닌, 소비자와 기업이 맺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총체적 정체성으로 설명한다.
그는 브랜드를 하나의 ‘프리즘’에 비유하면서 여섯 가지 측면에서 그 정체성을 분석했다. 물리적 이미지, 성격, 문화, 관계, 자기 이미지, 반영이라는 여섯 축이 서로 얽혀 균형을 이루어야 브랜드가 명확히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치유농업과 치유농장이라는 특수한 영역에 매우 잘 들어맞는다.
치유농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를 보존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농업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브랜드 전략을 고민할 때는 상품이나 공간을 넘어선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치유농장의 브랜드는 무엇보다 먼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농장의 풍경, 건물의 디자인, 안내판이나 포장재의 시각적 상징은 고객이 처음 접하는 인상이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맡는 풀내음, 전통 한옥을 개조한 치유 공간, 허브가 가득한 정원의 모습은 곧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 이런 물리적 이미지가 일관되게 관리될 때 치유농장은 고객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는다. 그러나 외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처럼 느껴져야 한다. 치유농장이 어떤 태도와 분위기로 고객에게 다가가는지가 곧 브랜드의 성격을 결정한다. 가족 단위 고객에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가는 농장이 있는가 하면, 직장인과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성과 차분함을 강조하는 농장도 있다. 농장의 운영자와 직원이 보여주는 말투, 서비스 방식, 홍보 콘텐츠 속 언어가 모두 브랜드의 성격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성격을 지탱하는 뿌리에는 농장이 추구하는 문화가 있다. 치유농업은 본질적으로 지역성과 전통, 그리고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어떤 농장은 지역의 약초 문화를 계승하며 자신만의 브랜드 철학을 세우고, 또 다른 농장은 탄소중립과 친환경 농법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이처럼 브랜드의 문화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신뢰를 갖게 만드는 내적 동력으로 작동한다.
더 나아가 치유농장은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장기적 성패가 달라진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맞춤형 프로그램 설계, 정기적인 소통, 지역 공동체와 연계한 활동 등은 관계의 질을 높이는 구체적 방법이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고객은 농장을 단순한 체험 공간이 아니라 삶 속에서 함께하는 동반자로 인식한다.
브랜드는 또 고객에게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치유농장을 찾은 사람은 “나는 건강을 돌보는 사람이다” 혹은 “나는 자연과 연결된 삶을 지향한다”라는 긍정적 자아상을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 참여를 넘어 고객의 생활 태도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치유농장은 고객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재발견하도록 돕는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예치료와 명상을 결합해 마음을 돌보는 자기 관리자로서의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 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는 사회 속에서 특정한 고객상을 반영한다. 치유농장이 노인층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면 브랜드는 “은퇴 후에도 활기차게 살아가는 현명한 어르신”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반대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다면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삶의 균형을 찾는 감각적인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제시한다. 어떤 고객상을 강조할지는 농장의 목표와 운영 전략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방향성이 분명해야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는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을 치유농장에 적용하면 여러 가지 전략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외부적 측면인 물리적 이미지와 고객상은 일관되게 연결되어야 한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다면 농장의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SNS 친화적이어야 하고,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접근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시각적 요소가 필요하다.
내부적 측면인 성격과 문화는 농장의 철학과 운영 태도에 반영되어야 한다. 단순한 치유체험을 넘어 생태적 가치나 지역적 전통을 담아낼 때 고객은 진정성을 느낀다. 그리고 관계와 자기 이미지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농장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를 새롭게 인식하고, 그 경험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도록 유도한다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다.
결국 치유농장의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프로그램이나 예쁜 공간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고객의 삶 속에서 의미를 더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정체성으로 구축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은 이러한 총체적 정체성을 설계하는 체계적 도구다. 치유농업이 사회적 농업으로서 지속성을 확보하고, 고객과 지역사회 속에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의 핵심축으로 이 프레임워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업과 치유농장에서 무한게임 마케팅 전략.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0.4.).
허북구. 2025. 치유농업과 치유농장에서 황금써클 마케팅 전략.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