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20세기 심리학은 오랫동안 병리적 관점에 집중해 왔다.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 ‘문제’를 진단하고 교정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1998년 미국심리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전혀 다른 길을 제시했다. 그는 심리학이 단순히 결함을 치료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강점을 발견하고 행복을 증진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창시했다.
셀리그먼은 행복을 설명하는 틀로 PERMA 모델을 제시했다. 즉, 긍정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라는 다섯 요소가 삶의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분이 좋은 상태를 넘어, 개인이 자기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의미를 발견하고, 성취를 이루어낼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긍정심리학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치유농업의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뜻한다. 도시 생활의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사람들은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며, 동물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원예치료나 농사 체험을 넘어, 농업이 가진 생태적·사회적 가치와 결합된 실천이다.
예컨대 흙을 고르고 씨앗을 심으며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몰입(Engagement) 경험을 제공한다. 잡념을 잊고 현재 활동에 집중하는 순간, 인간은 심리적 회복을 경험한다. 농장에서의 공동작업과 나눔은 관계(Relationship)를 강화한다. 고립감에 시달리던 노인이나 청소년이 농업 활동 속에서 또래나 지역사회와 연결되며 정서적 지지를 얻게 된다. 또한 농업이 가진 순환성과 생명력은 개인으로 하여금 삶의 의미(Meaning)를 성찰하게 만든다.
작은 씨앗이 거대한 생명을 틔우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자기 존재의 가치와 자연의 질서 속 의미를 재발견한다. 수확의 기쁨과 목표 달성은 곧 성취(Accomplishment)로 이어져 자존감을 높인다. 여기에 자연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으며 긍정정서(Positive Emotion)가 회복된다.
즉, 셀리그먼의 PERMA 모델은 치유농업 활동의 효과를 설명하는 강력한 이론적 틀로 작동한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사 체험이 아니라, 긍정심리학이 강조하는 다섯 가지 행복 요인을 실제 생활에서 구현하는 장(場)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고령화, 도시화, 고립감, 정신건강 문제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치유농업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 복지 모델이다. 특히 긍정심리학적 접근은 치유농업이 단순히 ‘힐링 체험’ 수준을 넘어서, 과학적 근거를 갖춘 사회적 처방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농촌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심리적·사회적 자원이다.
궁극적으로 치유농업은 “농업의 긍정심리학적 가치”를 회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농촌의 흙과 식물,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병을 치유하는 것을 넘어,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할 힘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마틴 셀리그먼이 긍정심리학을 통해 강조한 행복의 본질이며, 오늘날 치유농업이 지향해야 할 길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치유농업을 위한 심리학의 내용과 범위.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9.19.)
최연우. 2025. 치유농업 심리학, 역할과 전문분야의 필요성.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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