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남농업기술원은 25일 치유농업 광역 거점시설인 전남도치유농업센터를 개관했다고 밝혔다. 이번 센터는 농촌진흥청 국비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총사업비 15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실내교육관과 치유온실·치유텃밭·장미정원 등을 갖추었다. 또한 뇌파·맥파계를 포함한 6종 23대의 치유효과 진단 장비를 도입하여 프로그램 운영 전후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노인·장애인·청소년 등 대상별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치유농장 품질인증 확대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치유농업의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거점센터의 운영 방향은 보다 신중하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의 본질적 목적은 농가 소득구조의 다양화와 농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치유효과 검증에 지나치게 치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효과를 계량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은 정책 명분과 보급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은 많은 한계를 드러낸다.

치유효과 측정 장비가 갖추어져 있어도 이를 활용하려면 전문 인력과 상당한 인건비가 소요된다. 단체 방문객이 많은 경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개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에서도 측정 비용을 참가비에 반영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이를 의료보헙이 적용되는 병원 진료와 비교하거나 단순 서비스로 인식해 적정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고가의 장비는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실제 농장 운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장에서 필요한 대안은 분명하다. 첫째, 치유농장이 매번 효과 측정을 반복할 필요 없이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연구를 바탕으로 정량화된 치유효과 자료와 표준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는 치유농장이 각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참고 지침으로 활용하거나 치유농장에 게시해 놓고 참가자에게 알림으로써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치유농업과 공공자금 연계가 절실하다. 유럽의 케어팜이나 대만의 그린케어 스테이션은 노인요양보험 등 공공재원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유럽에서는 복지부가 주무 부서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농장은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이용자는 국가 보조로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만 또한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농회(農會) 등 조직이 위탁 운영하는 그린케어 스테이션을 통해 농촌 고령자 복지를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 치유농장은 본업인 치유 제공에서 수입을 내기가 어려우므로 체험, 화분식물 판매, 발마사지, 가공품 판매 등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구조로 보기 어렵다.

셋째, 거점센터와 민간 치유농장의 균형이 중요하다. 거점센터는 풍부한 시설과 인력, 지자체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민간 치유농장은 유료 운영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지자체가 거점센터를 활용해서 업적용으로 무료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면, 민간 농장은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남도치유농업센터는 도내 치유농장이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운영 방향을 세심하게 설정해야 한다.

따라서 전남도농업기술원의 치유농업센터가 진정한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치유농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통합의학박람회, 치유농업 및 관광과 연계해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9-15).

허북구. 2023. 치유농업과 재미농업의 수익 모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3-10-26).

허북구. 2023. 치유농업 추진, 주객이 전도되지 않게 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