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강진군은 올해 9월 현재까지 미국(22톤), 몽골(65톤), 일본(155톤) 등 총 242톤의 쌀을 수출했으며, 12월까지도 수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쌀은 밀이나 콩류와 달리 자급률이 높지만, 쌀 소비 감소와 생산량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진군의 쌀 수출은 지자체 차원에서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업체나 인맥을 통한 지자체 단위의 쌀 수출은 연속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쌀은 보편적 곡물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가격에 따라 구매처가 쉽게 변경될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지자체 차원에서 동일한 수출처와 장기간 지속된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쌀의 안정적 수출을 위해서는 외국의 식문화에 맞는 품종을 생산하거나, 특정 문화를 중심으로 소비를 창출하고 그 문화 확산에 따라 수출을 안정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 쌀 수요는 크게 인디카종(Indica)과 자포니카종(Japonica)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자포니카종은 전 세계 쌀 생산량의 약 15~2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인디카종이 세계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므로, 단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우리 쌀의 수출 확대가 쉽지 않다.

이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2024년 쌀 수출량은 약 4만 5,211톤, 수출액은 약 7,946만 달러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식량 자급률과 농업 보호를 고려하여 쌀의 수입과 수출을 모두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그나마 안정적으로 수출되는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초밥용 쌀이다.

초밥은 밥알이 초대리를 흡수하면서도 손으로 쥐었을 때 모양을 유지하고, 입 안에서는 부드럽게 흩어져야 하는데, 이에 적합한 쌀이 바로 자포니카종이다. 인디카종은 초대리를 흡수하지 못하고 형태 유지가 어려워, 인디카 지역의 초밥집에서도 대부분 자포니카종 쌀을 사용한다.

한국의 김밥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밥은 주먹밥처럼 밥알이 잘 뭉쳐야 하는 요리로, 인디카종으로는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 자포니카종 특유의 찰기와 윤기가 있어야 말기도 쉽고 맛도 살아난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 주인공이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김밥 한입에 먹기 챌린지’가 확산되었고 김밥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한국 음식 중 하나가 김밥이며, 미국 소비자들은 오히려 현지화된 변형보다 한국의 원래 맛을 살린 김밥을 선호한다고 한다.결국 김밥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될수록 자연스럽게 자포니카종 쌀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곧 한국 쌀 수출의 기반을 확대하는 길이 된다.

따라서 쌀 수출은 단순한 물량 확대나 단가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한국의 쌀 소비 문화를 전략적으로 전파하고 그 문화와 함께 수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강진군의 쌀 수출 사례는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출발점이며, 김밥처럼 문화 콘텐츠와 접목할 때 비로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쌀 수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동아시아의 쌀 문화와 떡의 세계화.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7-24).

허북구.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와 돈까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