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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정책과 농촌정책 분리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9-24 08: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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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한 기고문에서 “농촌에 거주하는 비농업인도 왜 농민과 마찬가지로 정책의 틀 안에 포함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는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시대 변화 속에서 새롭게 떠오른 중요한 담론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농촌’과 ‘농업’이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었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농업에 종사했고, 그들의 생활 기반은 농작물 생산과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관계는 급격히 변하였다. 농촌에 살면서도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농업과 농촌은 더 이상 동일시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농업은 인구 감소와 농민 고령화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업농, 스마트팜, 기계화, 위탁경영 등 새로운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을 기술과 자본이 보완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농촌은 인구가 줄어들면 마을 자체가 소멸하고, 농업 기반의 지속성만으로는 지역사회의 존속을 담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농업은 인구 감소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농촌은 사람이 거주하고 공동체가 유지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다.

 

오늘날 농촌에는 농업을 하지 않는 주민도 많다. 은퇴 후 귀촌한 세대, 도시에서 이주해 온 예술가, 원격 근무를 하는 젊은 층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농촌에 거주하면서 마을을 유지하고, 학교와 상점, 공동체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의 인구 기반을 지탱한다. 따라서 농민은 아니지만 농촌의 지속과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회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정책 현장에서는 여전히 ‘농민’ 중심의 지원이 강하다. 농업을 하지 않는 주민은 때때로 주변부로 밀려나며, 농촌 정책의 수혜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제는 농촌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농업과 농촌거주 비농업은 정책 차원에서 분리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업정책은 생산성과 식량안보, 기업농·스마트농업 등 농업경제의 발전을 목표로 설계해야 한다. 반면 농촌정책은 주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 인구 유지, 생활기반 확충, 공동체 문화 지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농업을 하지 않는 주민에게도 생활 인프라 개선, 문화·복지 서비스, 공동체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정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농민과 비농업인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농촌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농업과 농촌은 더 이상 동일하지 않다. 농업은 기술과 자본으로 지속될 수 있지만, 농촌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소멸한다. 그러므로 농민이 아니더라도 농촌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농촌 유지에 기여하는 행위이다. 이제는 농민과 농촌을 구분하면서도 농촌거주 비농업인이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구 소멸 위기 시대에 농촌을 살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다가오는 농업의 한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4-03).

허북구. 2025. 세계 농업을 둘러싼 대변화.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4-03).

허북구. 2025. 농촌의 빈집.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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