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에서는 최근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HRV(심박변이도) 셔츠와 같은 스마트 의류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HRV 셔츠는 착용자의 자율신경 활동을 반영하는 심박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치유 효과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스마트 의류의 개념은 1990년대 말 웨어러블 컴퓨팅 연구와 함께 태동했다. 초기에는 군사나 우주 분야에서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스포츠 과학에서 선수들의 심박·호흡·근육 활동을 장시간 측정하려는 요구가 커지면서 ECG(심전도) 셔츠와 HRV 전용 셔츠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헥소스킨(Hexoskin)이나 옴시그널(OMsignal) 같은 기업들이 운동선수와 우주비행사의 훈련용으로 개발한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의료 분야뿐 아니라 웰니스·치유 프로그램에서도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HRV 셔츠는 일반 의류처럼 입을 수 있는 옷감 안에 전도성 섬유를 심어 두어 피부와 접촉할 때 심전도 신호를 얻는다. 이 신호로 심장의 R파 간격, 즉 R–R 간격을 분석하면 HRV 수치가 계산된다. HRV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스트레스 수준, 회복력, 이완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손목형 웨어러블이 주로 광학식(PPG) 방식으로 심박을 측정하는 것과 달리 HRV 셔츠는 ECG 기반이어서 훨씬 더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또한 호흡 리듬, 칼로리 소모량, 수면 패턴까지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HRV 셔츠가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치유 효과를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치유농업을 하기 전후로 HRV 수치를 비교하면 참가자의 자율신경계가 어떻게 안정되는지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가자가 스트레스 상태에서 시작했더라도, 흙을 만지고 작물을 돌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교감신경 활성도가 높아지고 HRV 값이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난다. 또한 장기적인 프로그램에서는 수면 질 개선, 회복 탄력성 향상, 불안 감소 같은 결과를 HRV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험담을 넘어 과학적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의 일부 숲 치유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 전원에게 HRV 셔츠를 착용하게 하고 활동 전후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숲이 제공하는 심리적 안정 효과를 학술적으로 입증하고, 결과를 관광·웰니스 산업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선수의 훈련 강도와 회복 상태를 HRV 셔츠로 측정하여 맞춤형 훈련 계획을 세운다.

HRV 셔츠는 농업 활동의 치유 효과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며, 나아가 치유농업이 단순 체험 프로그램을 넘어 근거 기반 치료적 접근(Evidence-Based Therapy)으로 자리 잡는 데 활용하기 좋은 스마트 셔츠이다.

물론 비용과 데이터 해석 능력, 세탁·관리 문제 같은 한계도 있다. 하지만 웰니스와 디지털 헬스케어가 융합되는 흐름 속에서 HRV 셔츠는 치유농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새로운 연구와 산업적 응용을 열어 줄 중요한 매개체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5. 치유농업 현장에서 HRV 기반 스트레스 모니터링.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