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올해 전남에서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가 무려 32곳에 달했다. 폐교가 확정된 초등학교는 8곳이며,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가 절반을 넘는다. 유아나 초등학교 한 학년에 학생이 3명 이하인 경우도 흔하며, 심지어 한 학년에 단 한 명만 남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도 적지 않다.
이들 학교에서는 더 이상 또래 친구와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학습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교실에서는 다른 학년과 공동 수업을 운영하고, 체험 활동은 인근 학교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등 ‘연대와 통합’을 통해 학습 환경의 빈틈을 보완하고 있다.
학교 현장은 저출산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최전선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형 학교 운영’과 같은 새로운 대책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학교의 경험과 실천은 전남의 농업 현장과 농업기술센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겉으로 보기에 농업기술센터는 아직 학교처럼 심각한 위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여전히 농민은 존재하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도 남아 있다. 새 품종 보급이나 병해충 방제 지도, 신기술 실증과 확산은 과거처럼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교의 ‘학생 부재’와 같은 구조적 위기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과거 농업기술센터는 새로운 기술과 품종을 가장 먼저 연구·도입하고, 이를 전국의 농가로 확산하는 ‘농업 발전의 엔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농업이 다품목화·전문화되면서, 품목별 전문가의 현장 기술 수준이 오히려 지도사보다 앞선 경우가 많다. 또 농민 스스로 국제적인 농업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해 활용하면서, 센터의 ‘선제적 지도’ 역할은 약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센터가 과거 방식과 시스템에 머무르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마치 학생 수가 줄어들었는데도 예전의 교실 규모와 운영 방식을 고집하는 학교와도 같다. 학생이 없는데 교실만 유지한다고 해서 교육 효과가 생기지 않듯, 농업 현장의 변화와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센터라면 존재 의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학교는 이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한 학년에 한 명뿐인 학생에게 또래 관계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학년과 공동 수업을 열고, 체험 학습은 인근 학교와 함께 운영한다. 소규모 학교 간의 연대와 통합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 된 것이다.
전남지역 농업기술센터도 마찬가지다. 전남 곳곳의 센터가 같은 시설과 장비를 중복 투자하기보다, 품목별·분야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직배양 시설이나 종자 번식 시설을 각 군 단위로 중복 운영하기보다는, 특정 지역 센터가 전문화를 맡고 이웃 센터와 연계해 공동으로 활용한다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는 곧 농업기술센터의 ‘통합형 운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전라남도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수십 년간 지역 농업인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오늘날 농촌은 고령화, 농업인구 감소, 기후위기, 탄소중립 요구, 치유농업·웰니스 관광 등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놓여 있다. 특히 스마트팜, 정밀농업, 인공지능 기반 관리 기술 등 첨단 기술이 확산되면서,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니라 ‘사용자 친화적이고 지역 맞춤형 디지털 농업 모델’이 필요하다.
여기서 농업기술센터의 정체성 전환이 요구된다. 농업인 교육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령 농민에게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보급해야 한다. 센터는 ‘농민 중심의 스마트 농업 생태계’를 만드는 구심점으로 거듭나야 한다.
전남의 학교 위기는 인구감소라는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낸 현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통합’과 ‘연대’를 통해 그 위기에 대응하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농업기술센터도 이 점을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변화에 눈감지 말고,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며, 지역 간 협력과 분업을 통해 농업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전남 농업의 미래는 여전히 농업현장과 밀접한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학교처럼 위기를 학습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자세를 통해 가능하다. 각 지자체의 농업정책뿐만 아니라 전남농업기술원이나 전남도 농업정책 관련 부서 측면에서 전남도교육 정책을 살펴보고 농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도입해서 활용하는 지혜를 펼치길 바란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농업기술센터, 지역간 연대로 효율성 높여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5.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