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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장에서 MECE 마케팅 전략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겸임교수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9-07 08: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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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장이 지역경제와 농가의 지속가능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감각적 이벤트나 소박한 경험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유농업은 농업, 복지, 교육, 관광이 교차하는 복합적 산업이기에 그 구조 속에서는 언제든 중복과 누락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이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바로 MECE(미씨,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Company)에서 널리 활용해 온 이 방법론은 항목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Mutually Exclusive), 그러나 전체적으로 누락없이(빠짐없이, Collectively Exhaustive) 분류하는 원칙을 담고 있다.

 

MECE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복 배제(Mutually Exclusive)이다.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동일한 고객이나 자원에 대해 이중으로 투자하거나 중복 활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전체 포괄(Collectively Exhaustive)이다. 치유농업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가치 제안과 잠재 고객군을 빠짐없이 고려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면 치유농장은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고객 세분화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세분화를 고민해보자. “가족 단위 체험객”과 “노인 요양 프로그램 참가자”가 중복되지 않도록 명확히 구분하는 한편, “기업 단체 연수”나 “치유 관광객”과 같은 새로운 고객군을 놓치지 않고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MECE적 사고를 적용하면 고객을 연령, 이용 목적, 참여 형태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교차 분류할 수 있다.

 

연령 기준으로는 아동·청소년, 성인, 고령자로, 이용 목적 기준으로는 교육·학습형, 치유·재활형, 여가·관광형으로, 참여 형태 기준으로는 개인, 가족, 기업·단체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청소년-교육형-학교 단체’라는 세분화는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과 직결되고, ‘고령자-치유형-단체’는 요양시설 연계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자원의 관리 역시 MECE 원칙이 빛을 발하는 영역이다. 치유농장은 텃밭과 온실, 특산물, 가공품 같은 농업 자원, 산책로·숲이나 강·연못, 정원·화단 같은 자연 자원, 농부와 치유농업사, 강사, 자원봉사자 등 인적 자원, 그리고 체험관, 숙박·식당, 상담·치유 공간과 같은 시설 자원을 보유한다.

 

이를 MECE 기준으로 분류하면 어떤 자원이 과잉 활용되고 있는지, 어떤 자원이 방치되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동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는 텃밭과 강사를 매칭하고, 고령자 치유 프로그램에는 산책로와 치유사를 매칭하는 식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마케팅 채널을 정리할 때도 MECE는 유용하다. 온라인 채널은 SNS, 블로그·홈페이지, 라이브커머스로, 오프라인 채널은 지역 축제, 교육기관 제휴, 여행사 연계로, 공공 채널은 지자체·농업기술센터, 보건소, 복지기관, 건강보험·의료기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분류하면 동일한 메시지가 여러 통로로 과잉 전달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치유농업의 특성상 중요한 공공 복지·의료 네트워크를 놓치지 않고 포함할 수 있다. 

 

가격 정책 역시 MECE적 구조화가 필요하다. 참가비 모델은 개인, 가족 패키지, 단체 할인으로, 부가 수익 모델은 농산물 직거래, 가공품 판매, 숙박·식음 서비스로, 지원금·보조금 모델은 지자체 지원, 복지 연계, 건강보험 시범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통해 치유농장은 특정 수익원에만 의존하는 불안정한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원이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MECE적 마케팅 전략이 가져오는 효과는 분명하다. 첫째, 중복과 누락을 줄여 자원 활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둘째, 세분화된 고객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참가비·부가 수익·지원금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교육·복지·관광 등 다양한 지역 네트워크와의 연계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MECE는 치유농업을 단순한 체험의 장이 아니라 산업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확장시키는 핵심 도구다. 복잡한 구조일수록 중복과 누락은 피하기 어렵지만, MECE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원칙을 적용하면 치유농장은 보다 논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 “누락 없이, 중복 없이”라는 원칙은 치유농업 현장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장에서 가치사슬 마케팅 전략.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9.4.).

허북구. 2017. 지역문화를 살리는 박물관 경영 마케팅 길잡이. 중앙경제출판사.

허북구, 박윤점. 2014. 국제화 시대의 화훼 유통과 마케팅 전략. 세오와 이재.

허북구, 채수천, 손기철. 1998. 화훼유통과 플라워샵 비즈니스. 도서출판 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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