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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화훼장식의 역사와 현대적 의미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송미진 교수
  • 기사등록 2025-09-06 08: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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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꽃은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자연의 선물 가운데 하나다.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 사랑과 이별의 순간마다 꽃은 빠지지 않고 곁을 지켜왔다. 하지만 꽃은 단순한 장식물이나 상징적 매개체를 넘어,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 ‘치유 플로리스트리(Healing Floristry)’라는 이름으로 학문적·실천적 가치가 인정받고 있지만, 그 뿌리는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했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연꽃은 부활과 순수의 상징으로 신전과 무덤을 장식했다. 제의와 장례, 치유의식에는 늘 꽃을 곁에 두었으며, 향기와 형태는 영혼을 정화하는 힘으로 여겨졌다.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전통 속에서도 꽃은 단순한 약재를 넘어 인간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도구였다. 향과 상징이 어우러진 화훼장식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화훼장식이 영적 수행과 치유의 영역에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했다. 중국 전통의학에서는 꽃이 가진 색과 향이 기(氣)의 흐름을 조절한다고 보았고, 공간 속 꽃의 배치가 가정과 신체의 조화를 이끈다고 여겼다. 일본의 이케바나(生け花)는 단순한 미학적 행위가 아니라 명상과 치유의 수련이었다. 꽃을 손수 다루고 배치하는 행위 자체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내적 치유를 이끄는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특히 선종 사찰에서는 이케바나를 통해 수행자의 집중력과 정서적 균형을 가다듬었다.

 

유럽에서는 중세 수도원의 약초와 꽃이 있는 정원이 치유의 중심지였다. 수도사들은 꽃을 엮어 제단을 장식하고, 병자를 방문할 때 꽃을 건네며 심리적 위로와 치유를 함께 전했다. 백합은 순결과 위로, 장미는 사랑과 치유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의학과 식물학의 발전과 함께 화훼장식이 더욱 과학적 의미를 얻었다. 의사와 약제사들은 꽃향기가 전염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던 악기운(미아즈마, Miasma)을 몰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화훼장식은 일종의 방역과 치유 수단이었다.

 

19세기에 들어 꽃은 본격적으로 장식과 치유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플로리오그라피(Floriography), 즉 ‘꽃말’이 유행하면서 꽃은 단순한 미적 존재가 아닌 감정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가 되었다. 병원과 요양원에서는 환자의 침상 옆에 꽃을 두었을 때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는 경험적 관찰이 쌓였다. 이는 꽃의 색과 향, 형태가 인간의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20세기 이후 화훼장식은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병원과 재활센터, 요양원에서 꽃을 직접 다루고 배치하는 활동은 환자의 정서적 안정과 신체 기능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의 ‘치유 화훼장식’은 단순한 관상과 미학적인 의미를 넘어 체계적 치유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로마테라피에서는 꽃의 향기가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주며, 작업치료 영역에서는 직접 꽃을 꽂고 다듬는 과정이 소근육 운동을 촉진하고 자존감을 회복시킨다. 특히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현장에서는 화훼장식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에게 안정과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오늘날 과학적 연구는 이러한 오랜 경험을 뒷받침한다. 심리학과 의학 연구에 따르면 꽃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혈압을 안정시키며, 타인과의 교류를 촉진한다. 꽃이 있는 공간에서 인간은 더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는 사회적 관계 회복에도 기여한다. 유럽과 한국 등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체계화하여 치유농업 프로그램 속에 화훼장식을 결합하고 있다. 농업과 돌봄, 치유를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화훼장식은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종합하면, 치유 화훼장식은 고대의 의례적 기능, 전통의 정신 수양, 근대의 정서적 위안, 현대의 원예치료, 그리고 21세기 치유농업과 웰니스 산업으로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꽃과 맺어온 관계가 단순한 미적 향유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적 연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치유 화훼장식은 고령화 사회의 돌봄 수단, 웰니스 관광 자원, 그리고 교육적 치유 프로그램으로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꽃은 여전히 인간의 곁에서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존재이며, 치유 화훼장식은 그 오래된 힘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5. 화훼장식과 치유 화훼장식.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9-02).

송미진. 2025. 치유농업 측면에서 화훼장식의 매력,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8-29).

송미진. 2025. 화훼장식의 본질과 치유농업에서 의미.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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