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장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각각의 치유농장의 특성에 맞는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마케팅 프레임워크 중에서 가치사슬(Value Chain)은 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획에서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지점을 찾아내는 틀이다.
치유농장에 이 개념을 적용하면, 단순히 ‘체험’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차별화된 가치를 생산하고 이를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치유농장의 가치사슬은 우선 기획 단계에서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 농장은 지역의 농업 자원과 생태적 요소, 전통문화 자원을 면밀히 발굴한다. 동시에 치유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혹은 스트레스에 지친 직장인을 겨냥할 것인지에 따라 프로그램의 내용은 달라지며, 이 지점에서 치유농장의 브랜드 철학과 차별성이 결정된다. 이어지는 생산 단계에서는 단순히 농산물을 재배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치유에 효과적인 식물이나 반려동물, 농촌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프로그램에 활용해야 한다. 라벤더나 허브 같은 식물은 심리적 안정에 탁월하며, 닭이나 토끼 같은 동물은 정서적 교감을 돕는다. 이러한 요소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잘 활용될 때 치유농장은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 단계는 가치사슬의 핵심이다. 방문객이 직접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농장의 진정한 가치는 드러난다. 원예치료나 동물매개치료, 농사 체험, 건강한 요리 프로그램 등은 참여자의 만족과 안전을 기반으로 한다. 참여자에게 제공되는 경험의 질이 곧 치유농장의 경쟁력이며, 그 자체가 곧 시장에서의 부가가치로 연결된다.
이후 유통과 마케팅 단계에서는 단순한 체험 제공을 넘어 상품화를 추진해야 한다. 치유농장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가공품, 혹은 체험 키트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방식이 그 예이다. 체험 후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는 치유 허브티나 작은 텃밭 키트는 방문객의 경험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로 확장한다. 또한 이러한 상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각적인 유통 채널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단계는 피드백과 재투자다. 고객의 후기와 참여자의 반응, 그리고 치유 효과에 대한 평가 결과를 분석하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은 치유농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과정이다. 이를 통해 농장은 끊임없이 성장하며 브랜드 가치를 강화할 수 있다.
치유농장의 가치사슬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에서 출발한다. 농장은 단순히 “치유 체험을 제공합니다”라고 홍보하는 것을 넘어, 농장 자체가 품고 있는 철학과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로 풀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농장은 치매 어르신들의 기억 회복을 위해 라벤더를 재배합니다”라는 이야기는 고객에게 강력한 울림을 준다.
또한 치유농장은 고객을 세분화하여 각각의 특성에 맞는 패키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는 교육과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직장인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와 팀빌딩 프로그램을, 노인들에게는 건강과 사회적 교류를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식이다. 이는 STP 전략을 현장에 적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홍보와 마케팅 채널 역시 다각화해야 한다. 지자체나 복지기관, 병원과 연계한 오프라인 홍보는 물론이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확산이 필수적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활용해 농장의 일상과 치유 과정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면, 농장에 대한 관심과 신뢰는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특히 시각적 이미지와 힐링, 슬로우 라이프라는 키워드를 결합한 콘텐츠는 도시민에게 강한 매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치유농장은 사회적 가치 기반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치유농장이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돕고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ESG 경영의 언어로 풀어낼 때, 기업의 후원이나 지자체의 정책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치유농장을 단순한 농촌 체험 공간에서 지역사회와 기업, 정책이 함께하는 사회적 플랫폼으로 확장시킨다.
이처럼 가치사슬 모델에 기반한 마케팅은 농민에게는 새로운 수익과 자부심을 제공하고, 방문객에게는 치유와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며, 지역사회에는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파급 효과를 낳는다. 나아가 치유농장은 농업의 1차 생산과 2차 가공, 3차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형적인 6차 산업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치유농장의 성장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서 어떤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농업과 치유, 교육과 관광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그 안에서 치유농장은 농촌경제와 사회적 돌봄을 아우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업 및 치유농장에서 마케팅 4R과 6R 전략.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