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농업기술센터, 지역간 연대로 효율성 높여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8-08 08:50:56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전남 농업은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고령화, 인구 감소, 농촌 공동체의 해체 등 구조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농업기술의 유지와 확산조차 지역 단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도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농업기술센터는 여전히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한 조직배양묘나 무병종자 보급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해남군은 고구마 조직배양묘 3종을, 보성군은 가을 재배용 무병 씨감자 2종을 각각 생산·보급하며 지역 농가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인접한 장흥군 역시 씨감자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인구는 줄어드는데도 인근 지역 간 연계 없이 기술과 자원이 분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농업기술센터 연계 사례는 큰 시사점을 던진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라는 문제를 한국보다 앞서 겪으며, 두 개 이상의 지자체가 농업기술센터나 연구시설을 공동 운영하는 ‘수평적 연계 모델’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예컨대, 한 지자체는 조직배양 시설을 마련하고, 다른 지자체는 기술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비용의 장비를 공동 활용하고, 연구 인력의 인건비도 분담할 수 있어 운영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전남도 이러한 지역간 연계 모델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 농업기술센터가 특정 품목에 특화된 연구와 종자 보급을 전담하고, 인근 지역에 결과물을 공유한다면, 고품질 농산물 생산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남은 특화된 고구마 묘를 인근의 강진이나 장흥, 보성까지 공급하고, 보성은 특화된 씨감자를 해남, 장흥, 강진까지 공급하는 전략적 분업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히 행정 효율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와 병해충 확산이라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복원력 있는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인재 육성과 기술 전수 측면에서도 연계는 효과적이다. 농업기술센터의 전문 인력이 각 지역을 순환하며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면, 청년 농업인이나 귀농·귀촌자에게 실질적이고 균형 잡힌 기술을 전달할 수 있다. 이는 ‘농업의 현장화’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 된다.

 

나아가, 기후조건이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품종을 시험재배할 경우, 품종의 적응성과 재배 지침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업기술의 보편성과 실천 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지역간 경쟁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수가 있다. 

 

물론 연계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재정 부담의 분담, 시설 우선 사용권, 인력의 소속 문제 등 현실적 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를 지역 간 협의체나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조율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다.

 

전남 농업은 이제 ‘각자도생’이 아닌 ‘공유와 연대’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똑똑하게 분배하고 활용하느냐가 지속 가능성의 관건이 된다.

 

농업기술센터 간 연계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전남 농업의 미래를 지탱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농민이 줄어드는 현실 앞에서, 기술과 지식, 사람과 시설을 모아 더 크고 단단한 농업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바로 ‘축소의 시대에 확장을 이루는’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1088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정남진 장흥 물축제, 역대급 시원함이 쏟아진다”
  •  기사 이미지 “군수님, 어떤 일 하시나요?” 보성여중 학생들, 김철우 보성군수와 소통
  •  기사 이미지 지리산국립공원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대흥란’ 활짝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