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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반찬 돌봄, 복지에서 지역소멸 대응까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6-13 09: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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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고령화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다.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2%로, 10년 전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2024년 6월 현재, 전남 22개 시·군 중 고흥군(41.1%), 곡성군(36.3%), 신안군(35.8%)을 포함한 11개 시군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0%를 초과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3년 기준 전남의 1인 가구 비율도 37.1%로 높으며,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고령자 혼자 사는 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의 노인과 고령의 요양보호사만이 출입하는 가정이 있을 정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많은 지자체가 일정 기준을 갖춘 고령자에게 반찬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식사를 제때 챙기기 어려운 독거노인을 위해 반찬을 배달해 주는 이 서비스는, 단순한 도시락 배달을 넘어 복지와 돌봄의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자와 지역의 삶을 함께 돌보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일본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재가 노인 급식 서비스(在宅老人配食サービス)’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해왔다. 초기에는 자원봉사자나 지역 주민이 도시락을 직접 조리해 혼자 식사하기 어려운 고령자에게 전달하는 형태였고, 사회복지협의회나 민간 NGO, 지역 자원봉사센터 등이 주체가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고령자 독거화와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단순한 급식 지원을 넘어 정서적 교류, 영양 관리, 안전 확인 등의 기능이 복합된 형태로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민간 도시락 업체, 생협(생활협동조합) 등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도시락 배달이 지역 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반찬 배달이 단지 음식 제공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 회복의 매개가 되고 있다. 도요타시에서는 반찬을 배달하면서 주 1회 공동식사 모임을 열고, 치매 예방과 이웃 간 교류를 촉진하는 ‘카페형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의 일부 농촌 소도시에서는 고령자 대상 반찬 배달사업이 지역 푸드플랜, 농업 유통,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며 지방소멸 대응 전략의 일한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반찬 생산은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청년 창업과 고령자 고용을 연계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는 노인복지법 개정 및 ‘지역포괄케어시스템(地域包括ケアシステム)’을 통해 이 사업을 공공복지 예산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영양 기준 마련, 민관 연계 가이드라인, 맞춤형 메뉴 선택 시스템까지 제도화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경험은 반찬 배달사업이 단순한 복지 전달 수단이 아니라, 먹거리 복지와 건강관리, 지역경제, 공동체 회복이 융합된 복합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라남도 또한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해지는 현재, '먹는 문제'를 단순한 식사 제공이 아닌 ‘삶의 기반을 지탱하는 복지의 핵심’그리고 지역 농산물 소비와 지역소멸 대응 등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요구된다.

 

첫째, 지역 농산물을 적극 활용한 반찬 조리로 지역 생산-소비 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배달 인력을 고령자나 경력단절 여성 등 지역 인재로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ICT 기반의 예약 및 배달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성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넷째,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통한 운영체계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젊은 층이 참여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플랫폼을 만들고, 반찬을 기획·조리·배달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는 고령자에게는 먹거리 복지를, 청년에게는 기회를, 지역에는 지역소멸 대응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공하는 선순환 모델이 될 것이다.

 

식탁 하나가 지역을 살릴 수 있다. ‘반찬’이 단지 밥반찬이 아닌 지역 재생의 키워드가 될 수 있도록, 먹거리 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와 농업이 연계해서 고령자를 돌봄과 동시에 지역을 살리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정책도 뒷받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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