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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만, 일본의 유기농 매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6-05 09: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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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6월의 친환경농산물로 광양 유기농 매실을 선정했다. 광양은 전국에서도 유기농 매실 생산이 활발한 지역으로, 따뜻한 기후와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품질 좋은 매실을 재배하고 있다. 매실은 단순한 과일을 넘어 오랜 시간 동안 건강식품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아 왔다. 생으로는 신맛이 강하지만, 장아찌, 발효액, 매실청, 술 등의 형태로 가공되면서 널리 소비된다.

 

최근에는 특히 유기농 매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한 재배 방식뿐 아니라 그 유통 구조와 소비 방식에도 주목이 모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매실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더라도, 나라에 따라 농민이 받는 보상의 정도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품질 문제가 아니라, 유기농 인증의 구조, 가공 연계, 유통 채널, 정책적 지원 등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은 유기농 매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JAS 유기농 인증 제도를 통해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철저히 관리하며, 유기농 매실은 대부분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나 '우메슈(매실주)' 같은 전통 가공식품으로 고급화된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원물보다는 가공품 자체에 유기농 인증이 적용되고, 소비자에게는 건강식이자 전통식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인식된다. 유기농 인증 우메보시는 일반 제품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되며, 생산자는 자신이 들인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일본의 또 다른 강점은 생활협동조합(생협) 시스템이다. 생협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 기반 유통 구조로, 유기농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이처럼 일본은 유기농 재배와 가공, 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유기농 매실 산업이 단순한 농업이 아닌 문화와 경제의 융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만은 유기농 매실을 국제 시장과 연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국의 유기농 인증뿐 아니라 USDA, EU Organic 등 국제 인증을 병행 획득하여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온라인 플랫폼과 유기농 전용 마켓 중심의 직거래 구조를 통해 소비자와의 직접 연결을 강화한다. 타이베이 유기농 농부시장 같은 장소에서는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할 수 있어, 제품에 담긴 철학과 가치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또한 대만은 유기농 매실을 학교 급식이나 지자체 식당 등 공공급식에도 일정량 공급하도록 유도하며, 친환경 소비를 일상화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 인식, 유통 플랫폼, 정책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생산자는 유기농 재배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상대적으로 쉽게 받을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과 비교했을 때, 재배 기술이나 품질에서는 뒤지지 않지만, 유기농 인증과 가공, 유통, 정책 간 연계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전남을 중심으로 광양 등지에서 고품질 유기농 매실이 생산되고 있고, 일부는 자연드림, 초록마을, 한살림, 두레생협 등의 유기농 전문 유통망과 계약 재배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 인증이 가공 과정까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고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유기농 매실을 원재료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가공 단계에서의 첨가물이나 제조 환경의 위생관리 등이 미흡하면 소비자는 완성 제품에서 유기농의 가치를 체감하기 어렵다.

 

또한 대만처럼 공공급식 등에 유기농 매실을 우선 활용하는 정책도 부족하다. 현재는 유기농 매실의 생산은 안정되었지만, 이를 가공 및 유통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과 정책적 기반이 미흡한 것이다. 이로 인해 농민이 유기농 재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소비 단계에서 충분히 보상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남도가 매달 친환경농산물을 선정하고, 광양 유기농 매실을 6월의 대표 품목으로 지정한 것은 의미 있는 행보다. 선정된 품목에 대한 홍보 기회 제공, 브랜드 이미지 제고, 소비자 신뢰도 상승 등의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일회성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유기농 인증과 가공, 유통, 소비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최종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유기농 가치가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유기농 매실의 가치는 단순히 재배 방법에만 있지 않다. 그것이 어떻게 가공되고, 어떤 경로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기농이 진정한 농업의 미래라면, 그 가치를 시장에서 증명할 수 있는 유통 구조와 정책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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