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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산포면 원예농업, 외국인 노동 의존의 시사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5-26 09: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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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 나주시 산포면은 전남 농업의 역사와 기술 발전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이 위치해 있으며, 1970년대부터 비닐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원예작물 재배가 본격화되었다. 광주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산포면은 채소류 중심의 원예작물 주산지로 부상했고, 새로운 품종의 도입과 재배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포면의 원예농업은 변화를 찾아 볼 수가 없다. 타 지역에서 유리온실, 수경재배, 스마트팜 등으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산포면의 비닐하우스는 여전히 터널형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 구조는 기계화가 어렵고, 농작업 전반에 걸쳐 높은 노동력을 요구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산포면의 원예농업은 노동력 확보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그 해법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졌다. 현재 산포면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직업소개소, 전문 마트, 숙소 등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노동력 없이는 파종, 재배, 수확, 선별, 포장 등 기본적인 농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농업이 외국인 근로자에 의해 유지되는 ‘의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농업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 국제 정세 변화, 정부의 고용 정책 변동 등 외생적 변수에 따라 농업 생산체계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정 집단에 노동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의 단초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산포면에 위치한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은 이미 스마트팜, 자동화 설비, 생육관리 기술 등 첨단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기술들이 농가에 접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존 하우스 구조가 기계화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농가의 인식 부족,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한계, 정책 유인의 미흡함에서 비롯된다.

 

현재 산포면 농업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관성’과 ‘고령화’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익숙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농가 입장에서는 더 편리하고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관성이야말로 농업의 미래를 갉아먹는 구조적 함정이다. 이제는 농업기술원과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변화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원예 생산 주체의 ‘고령화’이다. 고령화로 인해 시설에 새로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터널형 비닐 하우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기계의 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터널형 하우스를 점진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한 구조로 개선해 나가는 사업이 필요하다. 농가가 접근 가능한 소형 자동화 장비 보급 확대, 실질적인 기술 교육 프로그램 운영, 실증단지 조성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노동 중심형 농업’에서 ‘기술 중심형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필요한 기계의 도입과 확대·정비, 공동 이용 조직 육성, 외국인 노동력 확보가 어려운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동화 설비 도입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초기 설비 투자에 대한 보조금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내생적인 기술 기반의 지속 가능한 농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단기 수급을 넘어선 중장기 계획 수립이 중요한 이유다.

 

산포면은 과거 한국 농업의 기술혁신을 이끌었던 상징적인 지역이었다. 이제 그 명성을 다시 회복할 때다. 외국인 근로자의 손에 의존해 연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보완적’으로 인식하고, 기술과 자립 기반 위에 선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변화의 길은 쉽지 않겠지만, 지금이야말로 지자체와 농업관련 기관 그리고 농민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외국인 근로자의 덫에 빠진 전남 농업, 괜찮은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5.23.).

허북구. 2025. 전남 농촌 인력난, 일손 돕기로는 부족하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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