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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촌 인력난, 일손 돕기로는 부족하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5-22 10: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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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농협은 지난달 영농지원 발대식을 시작으로 마늘, 양파 등 노지채소 수확뿐 아니라 매실 수확 등에도 일손을 지원하고 있다. 중개센터 등을 통해 내외국인 26만 명을 영농 현장에 투입하고, 농협 임직원과 협약 기업, 대학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1만 명 이상이 일손 돕기 봉사활동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농협의 노력은 농촌의 일손 부족 현실을 감안할 때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묻게 된다. 이것이 과연 농촌 인력난에 대한 ‘최선의 해법’일까?

 

지난해 양파 수확기를 맞아 전남의 한 농협을 방문했을 때, 필자는 농협 관계자에게 양파 재배와 수확 작업의 기계화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제안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농촌의 구조적인 일손 부족은 바로 이 기계화율의 낮음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기계화율이 낮은 작물일수록 인건비 비중이 높고, 이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기계화율이 높은 작물은 생산 효율성이 높고, 노동력 의존도가 낮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벼다. 과거에는 벼농사야말로 많은 손이 필요한 고된 일이었지만, 지금은 자율주행 이앙기와 드론방제 등 첨단 기계의 도입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손길조차 보기 힘들 정도다.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농촌진흥청과 통계청, aT 농업경영통계 등을 종합해보면 벼 재배에 소요되는 노동시간은 2000년대 초반 10a당 약 100-120시간에서 2010년대에는 60-80시간, 2020년대에는 40~50시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년간 노동시간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이는 농업 기계화와 ICT 기술 도입이 가져온 가시적인 성과다.

 

물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존재한다. 고령농이나 소규모 농가의 경우 기계 구입 비용이 부담이 되고, 농기계 접근성도 낮아 기계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농협과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고가의 기계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농업기술센터나 농기계임대사업소 등을 통해 임대 서비스를 체계화한다면 생산성은 물론 고질적인 인력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농촌 인력 지원은 일회성 ‘돕기’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대체’로 나아가야 한다. 중개센터를 통한 인력 매칭과 봉사활동 참여는 단기 대응책으로 여전히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품목별 재배의 규모화와 농협에서 수매와 유통 등을 통해 농작업의 구조적 전환, 즉 기계화, 스마트팜을 통해 농촌의 생산비 구조를 바꾸는 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치솟는 인건비, 고령화, 청년 농촌 기피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농업 현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기계화를 요구하고 있다. 농협은 일손 돕기를 넘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계화 전략을 실천하는데, 농협의 역할을 모색하고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농촌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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