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우리나라는 떡에 쓰이는 쌀은 풍부하게 생산되지만, 빵의 주원료인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빵보다 떡을 더 많이 소비하면 쌀 소비가 늘고 밀가루 수입을 줄일 수 있지만, 현실은 반대다. 떡보다 빵이 일상화되어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빵집 육성에까지 나서고 있다.
빵은 세계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유럽의 바게트와 크루아상, 미국의 햄버거 번, 중동의 피타처럼 빵은 각국의 식문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떡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을 벗어나기 어렵다. 같은 곡물 가공식품임에도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첫째, 재료와 조리법의 차이다. 빵은 밀가루를 기본으로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부풀리고, 오븐에서 구워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바게트, 식빵, 크로와상, 계피롤 등 빵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소한 향과 바삭한 식감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반면 떡은 주로 찹쌀을 쪄서 만든다. 쫀득한 식감은 매력적이지만, 쉽게 딱딱해지고 상하기 쉬워 유통과 보관이 어렵다. 세계화의 기본인 대량생산과 글로벌 유통에서 떡은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둘째, 문화적 쓰임새의 차이다. 빵은 유럽과 중동에서 일상식으로 자리잡으며 식사, 간식, 디저트 등 다양한 용도로 발전했다. 반면 떡은 명절, 제사, 잔치 등 특별한 날 먹는 ‘의례식’으로 소비되었다. 일상에서 멀어진 음식은 확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산업화와 유통 인프라의 격차다. 빵은 이미 글로벌 식품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며 대량생산과 물류 시스템을 갖췄다. 반면 떡은 소규모 공방과 수작업 중심의 생산방식이 여전하다. 떡 전문 글로벌 브랜드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넷째, 소비자 기호에 대한 적응력이다. 빵은 버터, 치즈, 초콜릿, 햄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하며 글로벌 입맛에 맞게 변신해왔다. 반면 떡은 전통 재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세계인들에게 낯선 음식으로 인식된다. 최근 들어 떡 디저트 카페, 모찌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다섯째, 칼로리와 건강식 이미지의 차이다. 떡은 찹쌀의 높은 탄수화물 함량으로 인해 44g 기준 100-150kcal 정도의 열량을 가진다. 빵은 25g 식빵이 60-80kcal로 비교적 낮지만, 크로와상(200-250kcal), 베이글(200-250kcal)처럼 지방과 당분이 많이 첨가된 빵은 오히려 떡보다 높은 칼로리를 가진다. 글루텐 프리, 저당, 식물성 식품 등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떡은 오히려 ‘건강한 전통식’으로 재조명될 여지가 있다.
여섯째, 가격과 가치 인식의 차이다. 빵은 대량생산 덕분에 식빵, 롤빵 등 저렴하게 유통된다. 반면 떡은 원재료 가격, 수작업 비율, 보관성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가다. 대신 정성과 전통의 상징이라는 프리미엄 가치를 지닌다.
결국 빵과 떡의 세계화 차이는 입맛의 문제가 아니다. 조리법, 쓰임새, 산업화 수준, 문화적 인식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는 곧 떡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떡은 ‘빵처럼’이 아니라, 떡 본연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세계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류와 웰빙 열풍이 맞물리는 지금이야말로 떡이 ‘슬로우푸드’이자 ‘건강한 로컬푸드’로 세계와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다. 쌀의 주산지인 전남에서도 떡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개선하고, 유통과 소비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떡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쌀 소비를 늘리고, 전남의 전통 떡 문화가 세계를 누빌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