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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반려동물 테마파크, 사람 중심 넘어서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5-07 08: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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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어버이날을 앞두고 있다. 많은 이들이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에 감사의 마음을 담는다. 꽃은 감정을 시각화하는 힘을 지니고 있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옷깃에 달아드린 붉은 카네이션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사와 사랑의 고백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버이날의 꽃 선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어머니날을 상징하던 카네이션이 점차 외면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반려동물의 존재가 있다. 부모가 자식처럼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꽃 선물조차도 단순히 인간 중심의 감성 표현을 넘어, 반려동물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반려동물에게는 카네이션의 특정 성분이 위협이 될 수 있어, 이를 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곧 꽃 선물이라는 사소해 보이는 일상적 행위마저도 ‘반려동물 친화적’이라는 새로운 가치관 아래 재조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체중 대비 1/10 이하의 작은 몸집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 무해하거나 미미한 자극조차도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초콜릿, 양파처럼 잘 알려진 유해 식품 외에도, 수많은 식물들이 반려동물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점은 최근 전라남도 나주시가 추진 중인 ‘영산강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서 깊이 고려되어야 할 대목이다. 이 테마파크는 단순한 반려동물 놀이공간이 아닌,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자연을 즐기고, 힐링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 공원이나 테마파크처럼 관행적인 조경 방식과 식물 선택을 답습한다면, 오히려 반려동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릴리스, 꽃무릇, 카네이션 같은 아름다운 꽃들은 반려동물에게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실내에서 흔히 키우는 소철, 필로덴드론, 스킨답서스, 아이비 같은 관엽식물도 독성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도화, 은행나무, 철쭉류 등도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나주시의 테마파크는 조경 계획 단계부터 철저히 ‘반려동물 관점’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 단지 사람의 미적 기준이나 식재 용이성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조경설계자는 반려동물 독성식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춰야 하며, 각 식물의 독성 여부와 노출 빈도, 관리 방안 등을 고려해 조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내 산책로, 음수대, 쉼터, 놀이시설 등도 모두 반려동물의 행동 특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펫 프렌들리(Pet-friendly)’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한 형식적 대응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기획과 실행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주무관청은 계획 수립 단계부터 반려동물 전문가와 수의학 자문단을 참여시켜, 테마파크가 진정으로 반려동물 친화적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이제 가족이며, 우리의 일상과 문화, 정책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버이날 꽃 선물에서 시작된 변화는, 결국 도시 공간과 자연환경 전반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나주시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단순한 유행이나 복지시설의 하나가 아니라,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상징적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의 시선에서도 공간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진정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 영산강변에 들어설 이 테마파크가 그러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어버이날의 카네이션과 반려견.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5.8.)

이윤희, 이경동, 허북구 외. 2024. 화훼장식과 치유농장에서 알아야 할 반려견 독성식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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