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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한식 밥상에서 자라는 마음 - 남도치유한식연구회 회장 장영애
  • 기사등록 2025-05-03 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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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있다. 어린이날은 단순한 휴일이나 선물의 날이 아닌,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존재임을 되새기고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뜻깊은 날이다. 많은 가정이 나들이나 선물을 준비하지만, 아이의 마음에 오래 남는 선물은 다름 아닌 따뜻한 집밥 한 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수록, 우리 식문화의 뿌리인 ‘한식’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한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세대를 잇는 문화이자, 공동체를 이어주는 ‘정(情)의 언어’다. 여럿이 반찬을 나누고 국물에 마음을 담는 식사 방식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같이’의 가치를 체득하게 한다. 어린이날처럼 특별한 날, 아이와 함께 밥상을 차리고 나누는 시간은 그 자체로 교육이자 치유의 장이 된다.

 

서양식이 개별화된 식사라면, 한식은 함께 나누는 문화다. 밥과 국, 나물과 김치, 전과 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 상은 아이에게 다양한 맛과 식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뿐만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먹는 따뜻함을 몸으로 배우게 한다. 김치를 꺼리던 아이가 엄마가 담근 김치에 호기심을 보이고, 고기에 싸서 먹으며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은 단순한 입맛의 변화가 아니라 정서 발달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식은 계절과 자연을 반영한다. 봄이면 달래와 냉이, 여름이면 열무김치와 콩국수, 가을엔 햅쌀밥과 된장찌개, 겨울엔 묵은지찜이 식탁에 오른다. 이런 계절 밥상을 통해 아이는 자연의 리듬과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익힌다. 비닐봉지에 담긴 패스트푸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교육이 한 상의 집밥 속에 담겨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하기란 쉽지 않다. 외식, 배달 음식, 즉석식품이 일상이 된 요즘, 정성 어린 식사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날만큼은 다르게 보내자. 아이와 함께 시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며, 반찬을 만드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이무침을 만들며 식초와 설탕의 비율을 이야기하고, 나물에 사용할 식물을 보고 이름을 알고, 무친나물을 맛보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교육이 된다.

 

한식은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음식’이다. 발효식품이 풍부한 한식은 장 건강에 좋고, 자극적이지 않은 조리법은 아이의 미각을 건강하게 키운다. 아토피, 비만, 알레르기 같은 현대 어린이 질환이 늘어나는 지금, 한식은 단지 몸에 이로운 음식을 넘어,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문화적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음식의 유래를 알고 재료를 이해하는 경험은 아이에게 더 깊은 의미로 다가간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은 금방 큰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금방’은 수많은 기억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다. 그중에서도 밥상에서 나눈 웃음과 대화는 가장 깊이 뿌리내리는 기억으로 남는다. 한식이라는 전통 식문화 속에서 자란 아이는 훗날 어른이 되어 다시 그 맛을 떠올리고, 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며, 가정의 의미이자 공동체의 뿌리다.

 

올해 어린이날은 황금연휴가 이어지는 시기다. 많은 이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한 끼 집밥이 줄 수 있는 따뜻함과 가치는 그 어떤 선물보다 크다. 반찬 하나에 담긴 정성, 밥 냄새에 스며든 다정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선물이 된다. 집이든 여행지든,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아이와 함께 한식 밥상에 앉아‘함께’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보자. 그 시간이 아이의 기억 속에 따뜻한 나이테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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