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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치유한식연구회 회장 장영애
  • 기사등록 2025-05-02 09: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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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오월이 시작되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가정은 단지 가족 구성원이 한 지붕 아래 머무는 공간만은 아니다. 가정은 우리가 처음으로 공동체를 경험하고 배워나가는,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는 그 어떤 조직보다 밀접하고, 그 안에서 협력과 양보, 책임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공동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일상은 ‘식사’다. 그리고 우리나라 가정의 식탁에는 늘 한식이 중심에 있다. 한식은 구조 자체가 공동체적이다. 서양 음식이 1인 1접시로 분리되어 제공되는 반면, 한식은 여러 가지 반찬과 국을 모두가 함께 나누어 먹는다. 찌개 하나, 김치 한 접시에도 ‘함께 먹는 즐거움’과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이 나눔의 밥상은 한국인의 정(情)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한식은 단지 나눠 먹는 음식을 넘어,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하고, 발효와 저장, 삶고 데치는 조리법을 통해 건강한 식사를 제공한다. 자연의 흐름을 담고, 조리자의 손길과 시간이 녹아든 한식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치유의 음식이다.

 

예로부터 한식은 일상 속에서 치유의 역할을 해왔다. 된장찌개는 천연 발효식품으로 장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며, 미역국은 출산 후 회복을 돕는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삼계탕은 기력 회복과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효과적이다. 이렇듯 한식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삶의 고비와 계절의 흐름을 함께 건너는 음식 문화로 기능한다.

 

하지만 현대의 식문화는 점차 이 공동체적 구조를 잃어가고 있다. 혼밥과 혼술이 보편화되고, 배달 음식과 외식이 일상이 되며 가정의 식탁은 해체되고 있다. 식사는 점점 ‘빠르게 해결하는 일’로 전락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건강뿐 아니라 관계의 회복력까지 잃고 있다. 그러나 식사는 단순한 생리적 행위가 아니다. 함께 식사하며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마음의 속도와 체온을 회복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치유의 순간이다.

 

최근에는 ‘음식 치유(Food Therapy)’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음식이 단지 영양을 보충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치유를 도모하는 매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식은 가장 적합한 음식이다. 제철 식재료, 자연 발효, 숙성과 저장의 시간은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여기에 어머니의 손맛, 가족의 식사 소리, 식탁을 차리는 따뜻한 손길이 더해지면, 한식은 ‘밥상 위의 힐링’이 된다.

 

또한 한식은 ‘천천히 먹는 음식’이다.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하나를 집어 먹고, 국물을 떠먹으며 다양한 맛을 음미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반찬 하나에도 정성과 시간이 담겨 있기에, 먹는 이 또한 그 정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마음을 채우는 경험이 된다. 

 

결국 한식은 공동체의 밥상이자, 삶을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이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며 같은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그 순간은, 하루의 고단함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위로가 된다. 가정의 달 오월, 조금 더 자주 가족과 함께 밥을 먹어보자. 함께 나누는 식사 속 대화와 웃음은 단순한 식사 그 이상, 마음을 잇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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