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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MBC 특집다큐 "불의 끝..그리고 봄” - 사상 최대 피해 경북 산불 30일간의 기록
  • 기사등록 2025-04-29 11: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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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온와이어 제공[전남인터넷신문]2025년 경북 지역을 덮친 대규모 산불은 역대급 피해를 남기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산불 발생 한 달여 지난 현재, 3,799가구, 6,323명의 이재민들이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불의 시간은 끝났지만피해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그러나 그들의 고통은 뉴스의 한 줄로 압축되어 잊혀간다산불 피해는 단순한 통계 수치로 환원될 수 없다.
 
안동 MBC는 산불 30일간의 기록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계속해서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이들이 맞닥뜨린 삶을 통해 우리는 비극적인 재난이 남긴 상처를 돌아보고 인간의 회복력을 확인하게 된다삶의 의미살아남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산불로 인한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피해민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뉴스온와이어 제공■ 산불로 세상이 멈춘 날
 
2025322경북 일대에는 낯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그 바람 이후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점심 먹고 한 2시쯤 이후에 바람이 좀 이상한 거예요바람이 좀 빠르게 지나가더라고요.
3시 넘어서 보니까 산 쪽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4시 반경 돼서는 산에 불이 번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 </span>최치원 문학관 김정희 관장 >
 
경북 안동 의성 김씨 지촌 종택의 안주인 김영주씨. 324고택 마당에 심은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봄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그때만 해도그것이 400년 역사를 이어 온 지촌 종택의 마지막 사진이 될 줄 몰랐다의성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은 급속도로 번져갔다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기세로 도깨비불은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산불이 시작된 지 사흘째 되던 늦은 오후화마는 안동까지 덮쳤다.
 
정말 안일하게 몸만 나갔어요내일 집에 들어와서 설거지해야지 하고 나갔어요.
제사 준비하고 있었는데 제사 음식 그냥 대충 덮어놓고.
정말 20분만 늦게 피했어도 저는 이 산 외길 불길 속에 갇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 </span>지촌종택 화재 피해 주민 김영주 >
 
평생 쌓은 모든 것을 하룻밤 불길에 내주었다다 잃었기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다가도 폐허가 된 집을 보면 눈물부터 난다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불에 타 재가 되어버린 집은 두 아이와의 추억마저 앗아갔다.
 
각자 애들 앨범이 한 20권씩이 돼요제가 노트북도 못 챙겨서 나갔거든요.
SNS에 남아있는 사진하고 제 핸드폰에 남아있는 사진이 유일한 사진인데…
뉴스온와이어 제공< </span>지촌종택 화재 피해 주민 김영주 >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한 중큰 아이는 불탄 집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반면 초등학생인 둘째는 피해 조사를 하러 가는 엄마 아빠를 따라나선다아직 세상을 알지 못할 천방지축 아이의 눈에 비친 화재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무너진 기와 더미만 가득 쌓여폐허로 변한 그 자리가 불과 며칠 전까지 자신이 살던 집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마당에서는 술래잡기나 그런 놀이 많이 하고.
저기 주방에서는 컴퓨터 하면서 놀고레고도 많았는데… (울먹)
제일 아끼는 건 불타기 바로 며칠 전에 샀던 식물이랑뽑았던 포켓몬 카드에서 제일 좋은 거요.”
< </span>초등학교 5학년 김준희 > 


■ 농사꾼의 본능과 한숨의 무게
 
하루 아침에 이재민이 되었다마을에서 고추사과 농사를 짓던 신수균씨는 집과 농기계를 모두 잃고 캠핑 시설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지금 그에겐 탈출 당시 입고 있던 옷 한 벌손에 든 휴대전화뿐쇳덩이도 녹여낸 불길에 호미 한 자루 남지 않았고한 포기의 고추 모종도 건지지 못했다불은 끝났어도 신수균씨의 일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의 연속이다.
 
농사꾼은 호미를 들고농기계를 만지며 일을 해야 일상이 돌아가는 건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너무 답답합니다.
가끔은 나무에 물이라도 줘야지 하는 본능이 올라오는데.
물통도농기계도 다 타버려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날 탈출한 그 상태 그대로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 </span>농부 (안동시 임동면) _ 신수균 >
 
대한민국 역대 최대 피해 면적을 기록했다는 경북 산불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누구에게 물어야 답을 들을 수 있을지그날 자비 없이 불던 바람을 탓해야 할까자신의 운 없음을 탓해야 할까평소라면 사과꽃이 만발하고 고추 모종이 쑥쑥 자랄 찬란한 봄의 시간신수균 씨가 내뱉는 한숨의 무게는 더욱 깊어진다.
 
뉴스온와이어 제공■ 삶은 계속 된다
 
경북 의성에 자리한 천년 고찰’ 고운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강한 바람을 타고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는 동안 고운사는 귀중한 불교 유물인 성보(聖寶)’를 긴급하게 옮겼다그러나 국가지정문화재인 가운루와 연수전 등을 포함한 전각 스물다섯 채는 지켜 내지 못했다이번 화마는고이 지켜온 천년의 역사도 삼켜버렸다.
 
불이 나서 전체가 다 타서 없어졌는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풀들이 쑥 올라와서 새롭게 자리 잡기 시작하잖아요.
세상이 흘러가는 원리입니다우리가 이게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지만,
사람도 태어나고 또 늙어가고 병들어가고 죽는 것처럼
자연도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잖아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그게 진리거든요.”
< </span>의성 고운사 주지등운 스님 >
 
이제 한 달여 시간이 흘렀다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에서검은 재를 뚫고 올라오는 푸른 싹을 확인한다모든 게 불에 타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곳에 아직 살아있는 생명이 숨어있었다불이 끝난 시간만큼 키를 높이는 연초록 어린잎이 자연의 회복력을 증명해 보인다불과 함께 멈춘 듯 보였던 세상의 시간이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꽃 보니까 좋긴 한데 서글프죠우린 불 나면서 좀 멈춰있는 듯한데,
세상은 변함없이 이렇게 변해가네요.”
< </span>의성김씨 지촌공파 차종손 김수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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