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봄은 나물의 계절이다. 향긋한 풍미로 입맛을 깨우는 봄나물은, 그 자체로 계절을 알리는 전령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나물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유독 취나물을 좋아한다. 특히 시골 고향에서 보내온 취나물의 짙은 향기는 매년 봄,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어릴 적 필자가 먹던 취나물은 산에서 자라던 자생종의 씨앗을 받아 밭에 심은 것이었다. 향기가 매우 강해 한 번만 먹어도 봄나물을 다 먹은 듯한 느낌을 주곤 했다. 그러나 요즘 시중에서 파는 취나물은 대부분 향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향에서 보내온 자생 취나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봄철 식탁에 가장 먼저 오르는 것이 바로‘자생 나물’이다. 냉이, 달래, 참나물, 두릅, 고사리, 취 등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전통 식품이자 생태 자원이다. 자생 나물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손길 없이 자연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존재다. 이 과정에서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 토양 적응력 등 외래 품종과 차별화되는 생물학적 강점을 갖게 되었다. 이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현시대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게다가 자생 나물은 높은 영양가와 독특한 향미로 인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다. ‘로컬푸드’, ‘자연식’,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자생 나물은 이상적인 식품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가치 있는 자생 나물이 아직도 대부분 자연 상태에서 채취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체계적인 우수종 선발과 품종 육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생 나물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같은 나물이라도 필자가 경험한 취나물의 산지에 따른 차이처럼 유전적 특성과 자란 환경에 따라 향, 생육 속도, 저장성 등이 다르다. 따라서 가장 뛰어난 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별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재배 가능한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 특산물화 전략과 연계될 때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브랜드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생 나물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유전자 정보와 생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표준화 작업, 생태환경에 따른 적합성 실험, 기능성 성분 및 저장 기술 연구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는 자생지 보호, 채종 관리, 농가 교육,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팜’을 활용한 젊은 농업인 육성 정책은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미래형 농업 모델로 주목할 만하다.
자생 나물은 단지 자연에서 얻는 식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해온 생명 자산이며, 생물 주권과 식량 안보를 상징하는 존재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식물 자원을 보호하고 산업화하는 가운데, 우리도 자생 나물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미래 자원으로서의 전략적 활용을 고민해야 할 때다. 특히 전남은 나물의 종류가 많고 식용문화가 발달해 있으며, 아직까지 많은 지역에서 식용문화가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은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나눠주었다. 이제는 그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지혜와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자생 나물에 대한 우수종 선발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전통과 자연을 이어주는 중요한 가교가 될 것이며, 농가 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