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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전통 집장의 활용법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11-27 08: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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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집장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기본장과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 단기간에 별미로 담가 먹었던 장이다. 조선시대의 문헌들을 보면 대부분 즙장(汁醬)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일부는 즙저(汁菹), ‘즙지이’, ‘즙지히’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즙장(汁醬)은 집장의 성상(性狀)이 일반 장류에 비해 묽은 데서 유래된 것이며, 즙저(汁菹)는 집장에 채소류가 사용되기 때문에 김치의 한자어인 저(菹)가 사용된 것이다.

 

‘즙지이’ 및 ‘즙지히’는 ‘즙+지이 및 즙지히’의 형태로 즙저(汁菹) 및 김치에 대한 한글 발음이다. 즙지이에서 ‘지’는 고려 시대부터 사용되었는데, 중국의 '저(菹)'를 소금에 담가 만든다고 하여 '지(漬)'라고 부른 데서 유래된 것이다. 집장이라는 이름은 1980년대 이후의 문헌에서 주로 등장하는 것이다.

 

집장은 그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집장처럼 오래된 전통음식의 많은 종류들이 사라지고 있다. 전통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없으므로 만들지 않고, 만들지 않으므로 전통이 단절되어 가고 있다.

 

수요 부재로 전통이 단절된 것은 참 많으며, 단절되어 가는 것을 굳이 막으려는 시도도 많지 않은 것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식품이 시골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로 인해 지방 음식이 소멸되면서 지역 음식의 개성이 없어지고 있다. 지방에서 전승되어 온 음식이 사라짐에 따 그 음식에 사용되어 토종이나 지역 고유의 작물 또한 수요가 없어서 소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라져 가는 전통음식의 단절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음식 강좌 때 전통음식을 포함시키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시민들이 전통음식을 만들고, 먹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나 그 순간뿐이다. 직접 만들려면 재료 구입이 번거롭고, 제조 방법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고, 그렇게 노력해서 만들어도 먹을거리가 흔한 세상이어서 눈길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일부 전통음식이 단절되어 가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쓸모를 잃고, 새로운 것이 각광을 받는 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방치하면 단절이 되어, 과거를 이해하거나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지역 고유의 개성이 없어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시대 변화와 함께 용도가 없어지거나 수요가 낮은 것을 시대의 수요에 맞게 재창조하거나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다.

 

그 모범사례 중이 하나가 수년 전 나주 ◯◯식당의 밥상에 오른 집장이었다. 이 식당은 한정식이 유명했는데, 집장은 과거처럼 밥을 비벼먹는 용도 등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워낙 많은 반찬이 상에 오르기 때문에 집장은 눈길도 가지 않은 정도로 푸짐한 반찬 때문에 집장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상차림에서 집장은 종지기처럼 아주 작은 사기그릇에 담겨져 상 모서리에 놓여졌으므로 눈에도 잘 띄지 않앗다. 그런데도 당시에 집장은 그곳의 상차림에만 올랐기 때문에 필자는 외지의 손님을 대접할 때는 그곳을 꼭 찾았다. 그 식당에서는 홍오 삼합과 집장이 상차림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나주 음식을 소개하기에 좋았고, 나주에서 나주음식은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자랑하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필자 같은 사람에게 ◯◯식당의 집장은 시대에 맞는 용도의 역할을 한 것이었다. 아주 적은 양만 상에 올려놓아도 지역 전통음식의 화젯거리가 되고, 다른 식당과 차별화가 되면서 사람들을 방문하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집장의 경우 매일 만들어야 하는 샐러드 등과는 달리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어 놓으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므로 저장을 해 둔 것에서 매끼 내놓으면 되므로 반찬을 준비하기에 편리하다. 또한 구색용 또는 화젯거리용으로 아주 소량을 상에 올려놓음으로써 비용도 적게 들면서도 식당을 홍보하는 효과가 크다. 상에 올려진 것이 화젯거리가 되면 궁금해서 맛을 보게 되고, 식성에 맞는 사람들은 그것의 수요자가 되어 전통을 잇게 만든다.

 

지역 입장에서는 식당의 소소한 반찬 하나가 지역을 개성있게 하면서 관광과 문화 활성에 도움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나주 ◯◯식당의 집장과 같은 사례는 사라져 가는 지역의 전통음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음식을 지키고 전승하려면 옛날 방식으로 만든 후 옛날 방식에 의해 억지로 먹게 하면서 보급하기보다는 시대적 용도에 맞게 만들고 시대적 용도에 맞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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