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농업박물관은 제1대 김정호 관장(1993.2.6.-1998.6.30) 이후 관장 자리는 언론인의 점유물이 되었다. 김정호 관장은 광주지역에서 30여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지역 향토사를 발굴하고 정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비록 언론인이지만 전남도·광주광역시 문화재위원, 향토문화진흥원장, 진도문화원장 등을 역임할 정도로 전남의 향토 문화, 농업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서 초대 전라남도농업박물관장으로서 손색이 없는 자격을 갖추었다.
이후 관장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은 있었으나 전남농업문화와 향토 문화에 대한 전문성이 의문시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전남 농업문화와 관련된 창의적인 콘텐츠 수집과 정리, 활용 측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2024년 6월 1일에는 새로운 관장이 임명되어 2026년 6월 2일까지 2년간의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관장 또한 예외 없이 언론인 출신이다. 대학원에서 민속학 분야를 전공했고, 남도 민속 등 문화 관련 다수의 저술 활동을 펼치는 등 역사와 문화·예술 분야 전문성이 높아 적임자로 평가받았다고 하나 이력에서 농업에 대한 전문성은 돋보이지 않는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신임 관장은 “우리의 생명이자 문화의 씨앗인 농업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즐길 콘텐츠를 만들겠다.”라며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맞춰 전남농업박물관이 도민과 함께 하는 ‘글로벌 열린 박물관’으로 거듭나도록 힘쓰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열린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라는 도구와 환경도 중요하나 근본적으로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그 콘텐츠를 국제적인 환경에 맞춘 쓰임에 대해 제안, 정보 제공, 활용 등도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의 유형의 유물과 소장품 외에 전남의 전통적인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무형유산을 조사 정리하는 작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농업 유산은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농업에 종사했던 고령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무형유산의 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현재 전남 유산농업은 농업의 변환기를 가져온 근대 농업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고령자분들의 사망과 함께 급속하게 없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 부분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으므로 농업박물관에서 이에 관해 관심을 갖고 보존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두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중국 길림성(吉林省, 지린성)이 우리나라 전통음식 비빔밥을 성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데, 그것을 성급 문화재로 추천한 곳은 길림성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였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및 길림성 그리고 조선족이 다수 살고 있는 흑룡강성(黑龍江省, 헤이룽장성)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보리떡, 쌀로 만든 떡, 김치, 겨울 채소, 메밀국수, 냉면, 그네, 회갑 잔치, 조선족전통농경구제작기예(朝鮮族傳統農耕具製作技藝), 조선족 던지기 놀이, 화투 놀이, 씨름 등 매우 많다.
대부분이 농업과 관련된 음식, 놀이, 도구 등인데, 이 중에는 전남 농업에서 잊혀진 것들 등 관심을 두지 않은 것들도 있다. 언젠가는 전남 농업에서도 우리 농업문화를 도둑맞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우리가 관련 문화의 연구와 보존 등을 해 놓지 않으면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통 농업문화의 소실을 방지하고, 콘텐츠화에 의한 미래 자산화는 물론 조선족전통농경구제작기예(朝鮮族傳統農耕具製作技藝)가 중국 성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중국 것처럼 된 사례를 방지하고, 타 지자체에 선점을 당하지 않으려면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서 앞장서서 전남 농업문화유산 실태 파악, 무형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연구, 보존, 전승 방안 등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전라남도농업박물관장은 언론인의 몫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워지려고, 전라남도농업박물관 또한 그 존재감을 키울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비빔밥의 무형문화유산 논란과 농업문화.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 2024-09-26 ).
허북구. 2017. 지역문화를 살리는 박물관 경영 마케팅 길잡이. 중앙경제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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