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우리나라에서는 장례식장에서 근조 3단 화환을 흔히 볼 수가 있다. 3단 화환이라고는 하지만 스탠드 꽃장식물인데, 일본 장례에서 사용되는 스탠드 꽃장식물은 대부분 공화이다(供花). 공화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을 담아 제공하는 생화이다. 고인과 친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이 장례식 때 보내는 경우가 많다. 공화의 선물 주체는 정해진 사람이 없으므로 누구라도 보낼 수 있다(이윤희. 일본 장례에서 증정용 꽃장식물, 공화. 전남인터넷신문 2024.6.17.).
일본에서 공화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비는 목적으로 선물되는 것에는 장례 화환(葬式の花輪)이 있다. 화환(花輪)은 경조사에 보내지는 것으로 조화(造花) 또는 생화(生花)를 원모양으로 만든 스탠드형 꽃 장식물이다. 일본에서 화환의 명칭은 화륜(花輪, 하나와, はなわ)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가운데, 화환(花環, はなわ)이라는 명칭도 사용된다.
원형 화환의 유래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반도에 거주했던 에트루리아인(Etruria)들은 착용자의 위대한 업적이나 높은 지위를 상징하기 위해 꽃과 식물을 사용하여 왕관 모양의 머리띠를 엮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월계수에는 병(病)과 마(魔)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져 환자가 있는 집의 현관에 월계수를 장식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것이 발전해 월계수 이외의 꽃도 첨가되었고, 원의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장례식에서는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상징하는 화환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로마 시대에는 화환이 승자의 상징과 연회, 그리고 장례식 때에도 사용되게 되었다. 유럽의 초기 기독교인들은 불멸의 영혼이 죽음을 이긴 것을 찬양하기 위해 종종 순수한 소녀들의 무덤 앞에 녹색 화환을 놓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부터는 사람들이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특정 꽃과 가지로 화환을 만들어서 표현했다. 이 시기 장례식 화환의 문화는 현대의 화환과 거의 비슷했다. 이후 화환은 종교나 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었다.
화환은 서양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동양에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화환을 화권(花圈)이라고 하는데, 1903년 국민일보에 혁명가들이 악비를 추모하며 쓴 시에 나와 있다.
중국에서 장례식에 화환(花圈)이 실제로 사용된 것은 1909년 ‘신보(申报)의 지역 뉴스 기사에 나와 있다. 당시 만국단련회(萬國團練會)의 일한으로 상해(上海))에 화상의용대(華商義勇隊)가 창설되었는데, 이 조직원의 장례식에 근조 화환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만국단련회는 조계(租界, 주로 개항장에 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문화적으로는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 장례식에 화환이 등장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화환은 이어 장례용품으로 중국 전역에 보급되는데, 이는 중화민국 정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화민국 정부는 1912년에 새로 공포한 《예제(禮制)》와 《복제(服制)》에 “조문할 때 남자는 왼쪽 손목에 검은 천(黑紗)을 두르고, 여자는 가슴에 검은 천을 달며, 조의에는 만련(挽聯), 만번(挽幡), 향과 꽃 외에 '화환(花圈)'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일본에서 화환은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1912-1926년)에 장례업체의 제안으로 화환을 보내는 문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화환을 만들거나 렌탈을 했던 업체는 현대에는 장례업체가 된 경우도 많아 장례업체의 이름이나 명함에는 ‘○○화환(가게)’, ‘○○조화(가게)’라는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과거 일본의 거품 경제 시대에는 큰 장례식이 열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 유명 기업 등의 이름이 써진 화환이 매우 많이 진열되었다. 많은 화환의 진열은 유족에게 일종의 위상을 과시하는 기능을 한 측면도 있었다.
일본에서 조의용 화환은 장소가 좁고 경관상의 문제 등으로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감소 경향이 있다. 이전에는 화환을 장식하는 장소도 충분히 있어 장례 때에는 도로 옆에 늘어놓을 수도 있었지만, 요즘은 화환을 장식하는 장소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화환을 장식하면, 아무래도 화려하고 눈에 띄는 장례가 되는데, 최근에는 가족만으로 조용히 장례식을 하는 것이 늘어난 것도 화환을 장식하는 것이 줄어든 하나의 요인이다.
근조 화환은 최근 감소하는 경향인데 처음부터 화환을 주는 풍습이 없는 지방도 있었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에서는 화환으로 장식하지 않고 붓순나무(Illicium anisatum)로 화환 대신 장식하는 곳도 있다. 향기가 강한 붓순나무(樒, 樒(しきみ・しきび)를 장식하는 것에 의해 고인을 악령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이 있다고 믿음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위와 같은 근조 화환의 유래와 이용 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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