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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보광골 열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4-26 0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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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시 다시면 신광리 보광마을에는 현재 밭모서리에 무꽃이 피어 있는 곳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이 풍경에는 사연이 있다.

 

밭 모서리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무는 보광골 열무라는 토종 열무이다. 현재 농가들이 재배하는 채소는 대부분 해마다 1대 잡종 품종(F1) 종자를 사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를 지은 후 모두 수확하므로 나주 신광리 보광마을처럼 종자용의 무를 밭 모서리에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보광마을 사람들은 종묘사에서 육성한 1대 잡종 품종의 무를 재배하기도 하지만, 보광골 열무를 해마다 재배하고 자가 채종하는 가정이 많다. 그 이유는 보광골 열무가 맛있고,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찾기 때문에 많지는 않으나 해마다 재배하고 있다.

 

보광골 열무는 일반적인 무에 비해 잎사귀가 길고 많아 수량이 많다. 뿌리는 길게 자라며, 상당히 굵게 자란다. 무맛은 아주 약간 매콤한 특성이 있다. 주로 여름철 열무로 많이 이용하지만 가을철에 김장용으로도 이용된다.

 

보광골 열무는 신광리뿐만 아니라 나주의 고령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과거에 나주 시장에서 보광골 열무는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었으며,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등 유명했다. 조선시대에는 '보광골 열무진'라는 이름으로 여름철에 임금에게 진상이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보광열 열무는 이처럼 맛있기도 유명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변해 시장에서 젊은 소비자들은 종묘사에서 육성한 외관이 번지르한 1대 잡종 품종의 무를 선호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신광리  보광마을에는 보광골 열무를 대량으로 재배할 여력도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보광골 열무 맛에 길들여지고, 그 맛을 하는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소량만 재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고령자분들의 사망이 증가하면서 그것 조차도 힘들어지고 있다.

 

과거 일본의 한 종묘사 간부로부터 한국의 재래종 무 종라 구입 문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용도는 분식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즉, 무에는 소화효소가 있으므로 분식과 함께 먹으면 소화를 돕고, 매콤한 맛은 분식에서 액센트로 작용되는 이점이 있다는 부연 설명을 했다.

 

일본 종묘사 간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재래종 무는 독특한 맛을 가진 것, 그리고 생리활성 물질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고 건강에 좋은 물질의 함유량 측면에서 유용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것들이 조사되고, 적정 용도로 사용되면 원예품종 보다 부가가치를 크게 향상시킬 수가 있다.

 

또한 재배측면에서 강건성, 지역 재료를 통한 지역 음식 전통 맛의 전승, 신품종 육성을 위한 육종재료 측면에서도 토종 작물의 유용성은 적지 않다. 그런데도 나주 보광골 열무처럼 무관심 속에서 토종 작물의 생산과 소비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그 존재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많은 지역에서는 지역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 밥상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의 토종 작물과 음식 자원을 지키고, 지역의 밥상을 특색하려면 우선적으로 나주 보광골 열무처럼 지역의 음식자원을 찾고, 이를 지역 밥상에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지자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름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지역 밥상이 되게 하려면 지역의 자원부터 조사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뒤 따라야 할 것이다. 동시에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 등지에서도 지역 토종 자원을 찾고 보존하고, 활용성을 높여 지역 특성화 자원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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