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진 곳
반으로 접힌
노인이 꾸는 꿈속에
자주 등장하는 저승이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어 장롱 속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가스렌지 기름때도
말끔하게 닦는 게 습관이 되었다며
보플보플 일어나는 저승꽃 만발한 온 몸 구석을
말간 물 흐르도록 닦고 또 닦는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이야 눈에 보이지 않으니
끊어진 회로처럼 방치해 둔다 했다
사람들 속에서 한 생을 보냈지만
말 붙일 사람이 없어 잃었던 말을 두런거리다
마주친 눈,
이사 갈 집의 방바닥 닦아내 듯
끊긴 회로처럼 방치된 어둠을
샛노란 이태리타올로 문질러 내린다
아주 오래된
이자가 늘어 눈덩이처럼 늘어난 부채를
조금씩 갚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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