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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음식 문화 8: 호남선의 추어탕과 전라선의 제피 추어탕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 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2-11-01 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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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시 남평읍 전통시장(오일장) 근처에는 추어탕 거리가 있다. 지금은 몇 곳만 남아 있어 초라해 보이나 50여년의 역사가 깃든 곳으로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추어탕 전문점 인근에는 드들강이 있다. 드들강은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에 나오는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시구(詩句)처럼 아름다운 강이다.

 

아름다운 드들강 인근의 남평읍 동사리 마을에서 태어난 안성현은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에 최초로 곡을 붙인 음악가이다. 이 노래는 한때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많은 사람들이 애창했던 곡이다.

 

나주 남평읍이 평안북도 구성 출신의 김소월 시인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전남 동부에 있는 광양은 중국 길림성 용정 출신의 윤동주 시인과 관련이 있다.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지낸 정병욱은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후배이자 벗이었다.

 

어느 날 윤동주는 자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고를 정병욱에게 건네주었다. 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강제 징병으로 전장에 끌려가게 된 정병욱은 광양 진월면 망덕리의 어머니께 원고를 지켜달라는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겼다. 어머니는 마루를 뜯고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쌀독에 소중히 보관했다. 윤동주가 옥사하고, 해방이 된 후 정병욱은 그 원고를 찾아 윤동주의 지인 및 가족과 함께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했다.

 

두 민족시인과 각각 관련이 있는 나주와 광양은 기차선로에 따라 호남선과 전라선에 위치한다. 호남선권에 있는 나주와 전라선권에 있는 광양은 음식문화에서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추어탕에 제피(초피나무) 가루의 사용 여부 문화이다.

 

 <엄마야 누나야>를 작곡한 안성현의 출생지인 남평읍에 있는 추어탕집에서 판매하는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통으로 조리한 것과 갈아서 조리한 것 두 가지를 판매하는 등 특색이 있으나 제피 가루는 넣지 않고 있다. 제피를 원하는 사람들은 탕에 넣어서 먹을 수 있도록 양념통에 담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추어탕에 제피를 넣어서 이용하는 식문화는 상당이 많이 알려져 있다. 전라도에서 제피 식문화는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보관해 두었다가 윤동주의 시가 세상에 나오게 한 정병욱의 본가가 있었던 광양 진월면을 비롯해 여수, 순천, 구례, 곡성, 남원 등 전라선권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전라선권 지역에서는 어느 곳의 추어탕집이건 제피를 넣지 말라고 주문하기 이전에는 제피를 넣은 추어탕이 나온다. 반면에 호남선권의 추어탕집에서는 제피를 넣지 않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탕에 넣어서 먹을 수 있도록 양념통에 제피를 준비해 놓은 곳들이 많다. 전라선권과 호남선권의 추어탕은 이처럼 제피의 사용 여부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 특성이 있다. 

 

이 문화가 언제부터 형성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어르신들의 제보에 의하면 어제오늘에 형성된 것은 아닌 듯 하다. 따라서 역사를 되돌려서 윤동주 시인이 후배 정병욱의 고향 광양을 방문해서 추어탕을 먹었다면 제피가 들어간 것을 먹었을 것이며, 김소월 시인이 안성현의 고향 나주를 방문해서 추어탕을 먹었다면 제피가 들어가지 않은 추어탕을 먹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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