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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돈차의 차별성과 기대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5-20 07: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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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찻잎을 수확하여 찐 후 으깨어 동전처럼 둥글게 만든 차로 돈차(錢茶)의 역사는 1200년 이상되었다. 


역사가 오래되었고, 일제 강점기 때까지 돈차 제조의 유습이 남아 있었던 곳은 우리나라 전남의 일부 지역이어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었다.

 

우리나라 돈차가 해외에 알려진 것은 일본인 나까오 만조우(中尾萬三, 1882-1936) 박사가 1925년 정월경에 강진군 대구면 청자 가마터를 방문했다가 조사를 마치고 장흥군 관산읍 죽천리(竹川里)에서 숙박하던 중 주인이 내온 돈차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전남의 돈차가 알려진 후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 돈차에 대해 열광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모로오까(諸岡 存, 1879-1946) 박사이다. 


그는 한국의 돈차를 연구하여 “조선에서의 당대(唐代) 단차(團茶)의 발견”이라는 글을 발표한다. 그리고 당시 광주에서 산림기사로 근무하던 이에이리 가즈오(家入一雄, 1900-1982)와 함께 1938년 11월 초에 나주 불회사 돈차를 조사했다.

 

1938년 11월 31일부터 12월 6일까지는 전남 장흥, 해남, 영암 지역의 돈차(錢茶)를 조사하였고, 1939년 2월 23일부터 2월 25일까지는 강진, 해남 지역의 돈차(錢茶)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일본의 다도(日本の茶道) 등에 책에 소개된 후 1940년 『조선의 차와 선(朝鮮の茶と禪)』”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당시의 전남 각지 돈차 상황에 대해 잘 기록되어 있으며, 오늘날에도 차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 책과 다른 자료 그리고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당시 전남의 돈차는 생산지역을 떠나 공통점이 많은 가운데, 나주 돈차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 특징이 있었다.

 

첫째, 일제 강점기 문헌에 가장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돈차는 여러 문헌에 소개되었는데, 나주 돈차는 경성일보 1938년 11월 17일자 지면, 1938년 11월 18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비롯해 일본 시즈오카현 차산업노조연합회 회의소에서 1939년에 발행한 ‘다업계(茶業界)’, 일본 산요신문사(山陽新聞社)에서 1942년에 발행한 책(満鮮見たまゝ) 등 다수의 문헌에 소개되어 있다.

 

둘째, 나주 돈차는 제사와 차례상에 올렸던 전통이 있다. 중국 송나라 주자(朱子家禮)가 가정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관해 저술한 책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따르면 설 차례상에는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만 차린다고 나와 있다. 차례(茶禮)는 이름 그대로 '차'를 올려 예를 차리는 것이다. 그런데 1930년대 전남의 돈차를 조사한 것이 기록된『조선의 차와 선(朝鮮の茶と禪)』에는 차례에 이용되었다는 내용이 없는 가운데, 나주에서는 돈차가 차례에 이용된 문화가 있었다.

 

셋째, 가을철과 겨울철에 나주 돈차의 제조 시는 밥풀을 혼합했다. 돈차는 여러 가지 문헌이나 사례에서 연중 찻잎을 채취하여 제조했던 차이다. 그런데 나주시 다도면 암정리에 거주했던 한 아르신은 1980년대 중반까지도 돈차의 성형과정에서 찰기를 보완하기 위해 보리밥을 섞어서 돈차를 만들었다. 이분은 돈차를 만들어 화순 중장터 장날에서 내다 팔고, 판 돈으로 고등어를 사 오곤 했다는 증언이 있다.

 

나주에는 이처럼 돈차의 명성, 독특한 제조법 및 활용문화가 있었다. 그 문화는 나주 돈차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나주 돈차의 부활 및 적극적인 활용에 대한 동인(動因)이 될 수가 있다. 나주는 이러한 돈차 역사와 문화 자원이 있는 만큼 돈차가 융성한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대감이 큰 곳이다. 그 가능성을 최대한 살리기 바란다.

 

참고문헌

허북구. 2014. 근대 전남의 돈차 문화와 청태전. 세오와 이재.

허북구, 박용서, 이미경, 임명희, 조자용. 2008. 전남 지역에서 1930-1940년대에 이용되었던 돈차의 이름, 형태 및 용도 조사. 한국인간식물환경학회지 49(별호Ⅰ):200-202.

허북구, 조정일, 박용서, 박윤점, 조자용. 2010. 균주를 접종하여 제조한 청태전 차의 관능적 특성과 생리활성 효과.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 21(1):139-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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