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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오일장의 곰밤부리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4-11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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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시골에서 봄철 먹거리의 주연은 나물이다. 4월 10일 방문한 영암군 영암읍 오일장 또한 봄나물로 가득했다. 이곳저곳이 봄나물을 캐서 팔러 나온 어르신들의 좌판이 펼쳐져 있었다.

 

달래, 두릅, 떡쑥, 쑥부쟁이, 쑥, 머위, 미나리 등 봄 식탁을 향긋하게 해주는 나물류는 많았으나 몇 년 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봄나물을 채취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의 수와 나물의 종류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곰밤부리였다. 몇 년 전에 영암읍 오일장을 방문했을 때는 몇 군데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았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한 군에서만 판매하고 있었다. 곰밤부리를 판매하신 분도 80세가 넘은 분이었다.

 

곰밤부리는 별꽃(Stellaria media)이다. 영암 등 전남 중서부 지역에서는 별꽃을 곰밤부리라고 부른다. 별꽃은 석죽과 별꽃 속의 두해살이풀로 전 세계에 두루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을 부근이나 길가의 축축한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보리밭에서도 잘 자란다.

 

별꽃의 높이는 10~20cm이고 줄기는 무더기로 나며 땅 위로 약간 누워서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줄기 끝에서 잘고 흰 꽃이 핀다. 전체적인 모양은 볼품이 없는데, 번식력은 매우 강하다. 뿌리가 수없이 갈라지면서 자라며, 뿌리가 다른 식물을 덮어버리므로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 풀이다. 이 풀은 생명력이 강해 제거하지 않으면 보리밭에서 무성하게 되어 보리 생산량이 반 이상 줄어든다.

 

볼풀이 없는 식물이나 먹을 것이 크게 부족한 시기에 이 풀은 소중한 나물 자원이자 닭 사료식물이었다. 번식이 잘 되고 수확량이 많은 별꽃은 독성이 없고, 은은한 향과 식감이 좋아 간장이나 된장무침 또는 보리 순과 함께 썰어 된장국을 끓여서 먹는 일은 자주 있었다. 특히 나주에서는 보리 순과 함께 홍어애국을 끓이는 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 별꽃은 봄의 일곱 가지 풀(春の七草; 미나리, 냉이, 떡쑥, 별꽃, 순무, 무, 광대나물, 별꽃) 중의 하나이다. 일본에서 봄의 일곱 가지 풀은 1월 7일에 죽을 끓여서 먹는 풍습에 사용된다. 이 풍습은 한 해 동안 가족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데 유래되었으며, 일곱 가지 풀은 감기 예방, 기침, 위장, 복통 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식용으로 이용된 문화가 있는 별꽃은 이제 구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별꽃을 식용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줄어들었고, 소비가 없으나 판매하는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10일 영암 오일장에서 80세가 넘은 어르신이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었던 곰반부리는 그 단면을 보여 주었다.

 

곰반부리를 판매하고 있던 어르신께 곰반부리를 구매하는 사람에 대해 어쭈어 보았더니 “주로 먹어본 노인네들이 사간다.”고 하셨다. 또 “더러는 식당에서 싼 맛에 사가는 데, 요즘은 잘 안 팔리며, 오늘도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하셨다.

 

우리 토종입맛을 사로잡았던 남도의 식자재는 곰반부리처럼 오일장에서도 조차 밀려나고 있었다. 그 큰 이유는 식재의 유통이 거의 되지 않는 것과 함께 식용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번 사라진 문화의 복원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나 관련 기관에서는 곰반부리처럼 소멸되는 남도의 전통 식문화와 식자재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 식용 자원의 전승, 식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전통 나물자원의 관리, 젊은 층에게 식용 기회의 제공, 현대적인 음식에 맞는 조리와 이용법 개발 등 다방면에서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식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농가에게는 국내 자생자원의 활용에 의한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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