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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각국의 설음식과 농산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1-28 09: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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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아시아 한자권의 여러 나라에서 음력 1월 1일은 공통된 명절이다. 


풍습도 같은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만나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감사와 소망의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가족과 만나기 위해 산과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고, 구름을 헤치고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과 자연에 감사하면서 음식을 먹는다. 음식에는 맛 못지않게 가족과 만남, 고향과의 만남, 추억과의 만남으로 인해 감정이 이입되어 특별한 음식이 되고, 가슴 뭉클한 장면과 감성이 만들어지면서 감정을 재충전하는 시간이자 영적 정거장이 된다. 그래서 설음식은 감사의 음식이고, 재회와 영적 정거장의 음식이며, 소망의 음식이다. 

 

설의 기원은 고대부터이다. 고대인들은 설에 하늘과 땅과 조상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자연의 신비한 힘이 농산물의 생산과 인간의 생명을 결정짓는다고 믿었던 고대인들은 연말과 연초에 제사를 지냈다. 묵은해의 수확에 감사하는 의식과 새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소망의 의식이었다.

 

고대인들은 죽은 조상에 대해서도 자신과 후손을 돌보는 초자연적 능력이 있다고 믿었으며, 천지와 조상을 숭배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지역에서 설날에 수확한 과일 등 농산물을 조상에게 올리고 제사를 드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이것은 봉건적인 미신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감사와 향수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조상에게 제를 지내는 설 명절 풍습이 있는 아시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농수산물과 떡이다. 농수산물에는 지난해에 농사를 잘 짓게 해준 데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있다. 떡에는 '한 걸음 한 걸음 솟아 오른다', ‘해마다 더 좋아진다’는 의미를 가지며, ‘해마다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이다.

 

설음식은 떡처럼 공통적인 것도 있으나 나라별로 다른 것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에 떡국을 먹는 풍습이 있다. 떡국은 ‘해마다 더 나아지길 ’소망하는 떡의 원래 의미가 있으며, 이것을 잘라서 나누어서 먹으므로‘나눔’의 의미가 있는 음식이다. 가족이 모여 떡을 국으로 만들어 나눠 먹으면서 새해의 발전을 염원하는 것이다.

 

중국은 땅이 넓고, 지역마다 민족과 풍습이 다소 달라 설음식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북부지역에서는 만두를, 남부지역에서는 떡을 기본으로 하고 십경채(채소 모둠), 건강과 장수, 돈을 잘 벌게 하는 것 등의 상징이 있거나 상서로움의 동음을 가진 음식을 먹는다.

 

중국과 인접한 베트남에서는 설을 뗏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떡국 대신 바잉쯩 바잉짜이라는 떡을 먹는다. 몽고에서는 양을 닭백숙처럼 만들어 식구들끼리 나눠 먹는다. 홍콩에서는 통윤(Tong Yoon)이라는 찹쌀 만두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은 광둥어로 재회를 의미하는 툰윤(tun yun)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끓는 육수에 육류나 채소를 즉석에서 담갔다가 익혀서 바로 먹는 중국식의 샤브샤브인 핫팟(훠궈)을 먹는다. 하나의 냄비를 중심으로 가족으로 둘러앉아 함께 먹으면서 나눠 먹는 음식이다. 대만의 또 다른 상징적인 설음식은 통닭이다. ‘닭을 먹는다’라는 중국어 발음이 ‘재산을 쌓고 번창한다’라는 것과 비슷한 음을 가지기 때문이며, 통째로 요리된 통닭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있음을 상징한다. 태국 또한 대만과 유사하게 까이 옵(Kai Op)이라는 통닭구이를 설에 먹는 풍습이 있다. 태국에서 통닭은 공동체와 번영을 상징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돼지고기를 포로 떠서 양념을 하고 붉은색으로 해서 굽거나 훈제한 돼지고기 육포인 박과(Bak kwa)가 행운과 부를 상징하는 설날 음식으로 이용된다. 육포는 말레이시아도 설날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아시아 각국의 설음식은 위와 같이 농산물이 주를 이루며, 나눔의 의미와 상징성을 갖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농산물의 가공품과 유통에서 맛과 영양, 기능성 몾지않게 문화적 배경과 스토리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설을 맞이해 사라져 가는 남도의 전통 풍습과 음식의 상징 및 스토리를 시대에 맞게 각색하고 활용하면 이 남도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음식을 만들고, 그에 따른 재료 작물의 소득화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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