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나주배 농업유산 탄소농법, 잘 살리면 보물 된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12-14 08:27:36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배 명산지 나주는 나주 조선 시대 때 배의 특산지이며(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편, 1454년), 개량종 배 과수원이 국내 최초로 조성된 지역이다. 


나주에 개량종 배가 도입된 것은 1904년에 일본 사람인 마스후지(松藤), 이시가와(石川), 가와노(河野) 세 사람이 개량종 배 묘목을 갖고 현해탄을 건너와 나주에 심은 데서부터이다. 

 

마쓰후지는 금천면 원곡리에, 이시가와는 금천면 벽류에, 가와노는 송월동에 정착하여 배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한 나주배는 근대부터 지금까지 국내 최고 명산지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나주에 개량종 배가 도입된지 12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나주에서는 배 재배를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수많은 사연과 유산을 남겼다.

 

나주배와 관련된 유산은 그 오랜 배 재배 역사만큼이나 많고 많은데 그중에서 최근 주목되는 것은 왕겨숯의 활용법이다. 나주는 예로부터 김제 만경의 호남평야와 함께 전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곡창이라고 알려진 나주평야가 있어 도정(搗精) 부산물인 왕겨가 풍부했고, 나주 배밭에서는 이것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했다.

 

대표적인 용도는 강추위나 서리피해 우려가 있을 때 과수원 곳곳에 양철통 또는 드럼통을 놓고 그 안에 전지된 배나무 가지와 왕겨를 넣고 태워 연기를 내는 데 사용되었는데, 이때 탄화된 왕겨숯이 생성되었다. 농가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왕겨숯을 황토질인 과수원 토양 개량에 사용했다. 

 

나주배 농업 유산인 이 왕겨숯과 과수원 토양에 왕겨숯을 넣었던 방식의 농법은 최근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문제되자 탄소 농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왕겨숯처럼 탄화시킨 것은 바이오숯(Biochar)으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펴낸‘1.5℃ 지구온난화’ 특별 보고서에서 유망한 탄소 역배출 기술로 소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광합성 작용에 의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식물체를 구성하고 전분을 만드는 데 이용하므로 식물체에는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식물체를 태우거나 썩게 하면(분해) 식물체에 함유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런데 식물체를 탄화시켜 바이오숯으로 만들게 되면 광합성을 통해 축적된 에너지의 2/3(주로 이산화탄소 환원을 통해 생성된 탄소)가 바이오 숯에 저장된다. 바이오숯을 토양에 넣으면 토양의 중화작용, 유용 미생물의 증식 촉진, 무기물의 보급 등 다양한 기능을 하면서 탄소를 1,000년 정도 토양 중에 저장한다.

 

현재, 나주의 배 과수원에서 만들고 이용되었던 왕겨숯과 같은 바이오숯은 세계 각지에서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농업 현장에서도 탄소 감축을 위한 농법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본에서 복숭아와 포도 생산 1위 현(県)인 야마나시현(山梨県)에서는 전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정 가지 부산물을 숯으로 만들어(탄화) 과수원 토양에 넣고 있다. 전정 가지를 숯으로 만들어 토양에 넣어 탄소를 격리와 함께 온실가스인 이산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있다.

 

야마나시현에서는 1헥타르당 1톤 이상의 탄소(이산화탄소 환산으로 3.67톤 이상)를 토양에 저장하면 탄소 농업 농산물 인증인 ‘야마나시 4퍼밀 이니셔티브 농산물 등 인증’을 해 준다. 이 인증은 받은 농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탄소 감축 농산물로 홍보 효과뿐만 아니라 친환경의 고부가치 농산물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나주 배 과수원에서는 미세먼지 방지 차원에서 과거처럼 왕겨를 태우는 일은 사라졌으나 왕겨숯을 만들고 토양에 넣었던 전통은 있으며, 배나무 전정시 많은 부산물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왕겨숯 대신 전정가지를 친환경적인 방법에 의해 바이오숯으로 만들어 과수원 토양에 넣게 되면 탄소 농업이 되어 나주배는 차별화가 되며, 세계 각지에 수출할 때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생산한 배로 환영받을 수 있게 된다. 

 

나주에서 한파와 서리를 극복하기 위해 왕겨를 태워 숯을 만들고, 과수원 토양에 왕겨숯을 넣었던 농법은 탄소 감축 측면에서 훌륭한 스토리이자 값진 농업유산이다. 이 유산을 전정 가지의 바이오숯화와 이용 등 시대에 맞게 활용하고, 나주배의 새로운 도약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보물로 삼길 기대한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1. 일본 야마나시현의 탄소 격리 농산물 인증제. 전남인터넷신문 11월 30일 칼럼.

허북구. 2021. 탄소중립 위한 3가지 옵션과 바이오숯. 전남인터넷신문 11월 24일 칼럼.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1632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보성의 소리를 세계의 소리로!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시상
  •  기사 이미지 오늘은 우리들 세상
  •  기사 이미지 보성군·하동군 100년 이상된 고차수 식재 ‘다원결의’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