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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고도리차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2-22 09: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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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고도리차는 문헌상에 전차(錢茶) 및 단차(團茶)라는 이름으로 기술되어 있다. 민가에서는 돈차로 불리어 온 엽전 모양의 차이다. 중국 당(唐)나라 시대의 문인 육우(陸羽, 733-804)가 지은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 『다경(茶經)』에도 나와 있는 차이다.

 

도자기와 차 연구가인 일본인 나까오 만조우(中尾萬三, 1882-1936) 박사는 『다경(茶經)』에 나오는 전차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중국 등지를 방문 조사했지만 찾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1925년 정월경 전남 강진군 대구면 청자 가마터에서 조사를 마치고 장흥군 관산읍 죽천리에 있는 반가에서 숙박하였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주인이 내온 차를 본 나까오 박사는 깜짝 놀랐다. 그 차를 찾기 위해 중국 곳곳과 몽골까지 방문했어도 찾지 못했던 것을 한국의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까오 박사는 그 사실을 일본에 알렸다. 일본에서는 『다경』에만 존재하는 신비로운 차로 여겼던 차가 한국의 전남 시골 마을에서 일상적인 차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본의 차 관련 학자들은 열광했고, 다인(茶人)들의 시선은 한국의 전차에 집중되었다.

 

이후 이 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차로 알려졌지만 유래, 제조처, 제조 방법 등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어 유래나 전승 등 여러 가지가 신비에 쌓여있다. 그 의문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2009년 6월 7일에 야생차나무가 있고, 과거부터 차를 제조해 왔던 장흥군 부산면 관한 마을을 찾았다.

 

오후 늦게 찾아간 관한마을에는 전차에 대해 알고 있는 몇몇 어르신들이 계셔서 일제 강점기 때 이 마을에서 제조 및 이용되었던 전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차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 중 잊을 수 없는 것은 차의 이름이다. 1930-1940년대에 관한마을에서 전차는 ‘고도리차’ 및 ‘고두리차’로 불리었다는 것이다.

 

고도리라고 하면 화투에서 5마리의 새를 뜻하는 고도리(ごどり, ご(五) + とり(鳥)를 연상하기 쉬워 엽전 모양의 차와는 이미지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고도리의 유래를 찾아보니 작은 새(小鳥)를 가리키는 고도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어(小鳥, kotori)와 몽골어(小鳥, qodoli)도 같은 발음이었다.

 

일본어 고도리(小鳥, ことり)는 작은 새를 잡는 데 쓰는 화살‘(小鳥, ことり)を射いる矢や)’에서 유래 된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새를 잡는 화살을 고도리살이라고 했는데, 이것의 옛말은 고도리 또는 고두리이다. 고도리살(화살)은 철사나 대 따위로 고리처럼 테를 만들어 화살촉 대신으로 살 끝에 가로 끼워서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둥근 모양에 엽전처럼 가운데에 구멍이 나 있는 전차(돈차)는 화살촉 대신으로 사용된 고도리 또는 고두리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옛날에는 고도리차로 불리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흥군 부산면 관한마을의 어르신들의 제보는 전차의 다른 이름뿐만 아니라 그동안 장흥군 보림사 주변 그리고 장흥군 부산면 관한마을에서 전차를 만들 때 사용한 대나무 틀인 ‘고조리’의 이름 유래를 밝히는 데도 중요한 단초(端初)가 되었다.

 

장흥 고도리차는 이름을 통해 작은 새를 잡는 화살인 고도리살이 사용되었던 시절에도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차의 형태에 대한 선조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단초이기도 하다. 동시에 스토리텔링 자원적 가치 또한 크다. 전남의 시골 마을에는 고도리차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농업관련 자원들이 숨겨져 있다. 그 자원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했으면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13. 감기․배앓이 치료하는 신비의 고도리차. 멋진인생 12월호.

허북구. 2014. 근대 전남의 돈차 문화와 청태전. 세오와 이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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