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는 1997년부터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맛의 방주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 의한 ‘음식의 균질화’라는 이름의 대홍수로부터 맛있는 음식과 식재료를 보호하기 위해 ‘맛의 방주’에 태워서 보호한다는 콘셉트로 시작 되었다. ‘맛의 방주’ 시작은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슬로푸드협회 회원 300명에게 지역의 농축산물, 식품, 전통 어법 등을 조사하고 보호해야 할 품목을 추천하라고 했다. 이어서 관련 학자, 언론인, 전문가 등 10여명의 전문가 그룹이 결성되어 추천받은 품목에 대해 검토했다. 슬로푸드협회에서는 이와 함께 ‘방주’라는 잡지를 통해 맛의 방주에 인증된 것에 대해 그 가치를 알렸다.
‘맛의 방주’ 인증 기준은 맛있는 것, 현지의 역사성과 풍토가 결부되어 있는 식재료로 만든 것, 소수에 의해 한정된 양만 생산되고 있는 것,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것, 유전자 변형 식품이 아닌 것 등이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확산되어 2020년 5월 11일 현재 맛의 방주에 등재된 품목은 5,197개이며, 이중 103개 품목은 한국의 것이다.
한국에서 ‘맛의 방주’ 인증에 발 벗고 나선 대표적인 지자체는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현재 23개 품목이 ‘맛의 방주’에 인증되어 있다. 이어 강원도의 것은 18개, 전남의 것은 17개 품목이 등재되어 있다. 전남은 등재 품목 수 측면에서는 상위 그룹에 속하지만 관리는 그렇지 못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맛의 방주’ 인증을 지원해온 제주도는 등재된 품목에 대해서도 자료집 발간, 음식 개발과 전시회 등 관리를 해오고 있다. 제주의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스토리텔링과 표준 요리법 연구, 식재도감 자료수집,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맛의 방주’ 인증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과 함께 제주 맛의 세계화, 산업화, 내실화와 연계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맛의 방주’에 등재된 전남의 음식과 재료는 나주제비쑥떡, 장흥돈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등재 전과 후의 차이가 없다. 보존 대책은 없고, 활용도 하지 못 한 채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남도미향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식자원과 맛을 지키고, 이를 후손들에게 전해 주기 위한 노력이 곁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