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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고리, 소금.
  • 기사등록 2012-09-14 16:33:23
  • 수정 2014-12-04 16: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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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이 어우러진 대자연 속에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각양각색의 존재들이 자신들의 삶을 충실하게 엮어가려는 불굴의 노력을 한시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요하면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을 맺었다가 풀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 풀어버린 인연에 대해서도 새로운 연대감의 형성으로 다시 결합하는 작용을 되풀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의 공전에 따라 제 각각 존재감을 앞세워 가면서 본의 아니게 이해의 충돌이 발생하여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아니면 같은 방향의 논리로 힘을 보태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부적합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순간순간에 일어나는 도전과 응전의 융합에 의하여 급기야 질서를 회복하고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거대한 공작물 중 하나의 부속품처럼 보이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보다 건강하고 활기에 차 있는 건전한 삶을 누릴 때 어느 정도 살만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모든 생명체들이 숙명적으로 거치는 생로병사의 과정에서도 우리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이 수없이 많지만, 빛과 공기와 물의 필수삼원소외에도 제4의 물질인 소금이 있습니다.

언젠가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극한직업”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 중에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의 처절한 사투를 생동감 있게 그려놓은 장면을 감동적으로 본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의 약 65퍼센트를 생산하는 전남 신안 증도면의 태평염전을 비롯한 수많은 섬들에 널려 있는 염전에서는 지금도 소금을 걷어 올리는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곳의 증발지를 거쳐 최소 약 20퍼센트 이상 농도를 갖춘 함수를 만들어 보관하였다가 적합한 기후조건에 맞추어 결정지로 보내 소금을 얻어내려는 과정에서 만약 하늘이 돌변하여 비를 내릴 것 같으면 염부들은 자신들의 생명과 같은 함수를 지키기 위하여 처절한 투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염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현금과도 같이 취급되는 함수를 비바람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여 저장지로 되돌리는 작업이기에 일촌음도 쉴 수가 없어 새벽 동이 트는 무렵까지 이어지는 작업을 마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잠간 동안의 휴식시간이 지나고 태양이 소금 생산에 최적의 빛을 뿌리는 순간, 또다시 시각을 다투어 함수를 결정지로 퍼 올려 기다렸다가 소금이 피어나면 한곳으로 모으고 창고로 쌓아올리는 일련의 작업과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하는데, 엄청난 인내와 고통이 따르는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을 소금생산에만 전념하였다는 어느 염부의 경험에서 “마음이 깨끗하면 소금도 하얗다”라는 한마디는 진솔한 직업의식에서 우러나 가슴이 찡하도록 자극하는 명언이었던 것입니다.

염분은 아마 우리 인체의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그 성분인 나트륨과 칼륨의 농도차로 인하여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동력을 얻고, 전해질을 통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밖으로는 노폐물과 가스를 배출하는 활동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결국에는 생체의 세포활동을 증대하는 근원을 일으켜 멈추거나 썩는 일이 없도록 유지함으로써 끝없이 순환하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용의 일환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체액에 함유된 염화나트륨의 농도가 약 0.9퍼센트 정도라 하고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여 병원에 가면 제일 먼저 사람의 체액과 일치하는 0.9퍼센트 농도를 가진 속칭 링거액(생리식염수)을 주사하는 처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체내의 염분 농도가 얼마나 적정하고 마땅한지에 따라 건강의 척도가 달라진다고 하며, 어떻게 하여 생체의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는 건강한 삶의 관건으로 보여 집니다.

소금의 효능에 대하여 스스로 학술적인 관점에서 논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일이고, 군대생활을 하면서 뜨거운 여름날 고된 훈련으로 너무나 많은 땀을 흘려버린 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어지럽다 못하여 구토증이 있을 경우에 짜디짠 소금을 물과 함께 마셔두면 나중에는 거짓말 같이 나아지는 것으로 보아 그 효능이 뛰어나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이따금 위장 등에 좋다는 옻닭을 먹고 겨드랑이와 가랑이등에 가려움을 동반한 깨알 같은 반점이나, 들판에서 낚시 등으로 몸을 함부로 놀리다 이유는 모르지만 온몸이 가렵고 물집이 잡히는 피부병에 대하여 대책이 서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대신 천일염으로 진하게 염수를 만들어 목욕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나아버린 경험을 하였는데, 천일염이 우리 인체의 정화작용을 맡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희말라야의 깊은 산속의 우물에서 염수를 퍼 올려 어렵게 조성한 결정판에 소금을 생산하여, 아찔한 낭떠러지로 되어있는 위태위태한 산길을 나귀나 노새에 나누어 싣고 15일여 이상을 걸어 곡식과 교환을 하는 ‘차마고도’에도 소금을 향한 인간의 땀방울이 진하게 배어있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는 소금 중에는 돌덩이를 캐낸 암염, 짠물 호수에서 얻는 호수염, 우물의 함수를 증발시킨 정염,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 바닷물에서 기계적으로 추출한 정제염, 소금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결정한 재제염 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바닷물을 가두어 햇볕에 수분을 말린 우리나라의 천일염이 갯벌에서부터 품어온 각종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여 효능에 있어서는 으뜸이라고 합니다.

“동물의 세계” 프로그램에서 아기코끼리가 연약한 코로 땅에서 소금을 캐서 먹는 장면이나 시베리아의 순록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인간이 나누어주는 소금을 정신없이 빨아대는 장면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소금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예전에 소금이 화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로마에서는 군인들의 봉급을 소금으로 정산하여 주는 관행이 오늘날의 봉급을 의미하는 ‘샐러리’의 어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고구려의 미천왕은 소금장수 출신이었으며, 중국의 한 무제는 소금을 전매사업으로 지정하여 얻은 이익과, 걷어 들인 세금으로 한나라의 경제 근간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부자리에 오줌을 싼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쓰이기도 하였으며,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불결한 일에 소금을 뿌려 악한 기운을 쫒아내고, 상인들은 재수 없는 손님이 지나간 뒤 가게 분위기를 일신하는 의미로 문턱에 뿌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천일염을 대나무에 채워 황토로 봉하고 소나무로 아홉 번을 구워낸 죽염은 한약재로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중풍과 조갈증에 효능이 있다는 대나무 성분과,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고 종기와 염증에 좋고 죽은피를 살리고 혈압과 당을 조절하고 피를 맑게 한다는 소나무의 송진과, 장과 위장뿐만 아니라 폐의 기운을 증진 시킨다는 황토와, 인체의 뼈와 힘줄을 만드는 백금 성분이 함유된 고열의 쇠솥에서 합성되는 신철분이 녹아든 죽염은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 근본은 천일염인 셈입니다.

최근 천일염과 김치 등 발효 식품에서 항비만 유산균을 발견하였다는 소식과 천일염으로 구운 죽염 등이 항암효과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에 작용하여 자연 치유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는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갯벌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공산품으로 취급을 받다가 최근 식품으로 분류되어 수출길이 활짝 열리게 되었는데,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소금으로 대접을 받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과 우리 소금의 성분을 비교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천일염의 효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2011. 3월경 일본의 대지진에 의하여 후꾸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누출이 의심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우리나라의 소금이 제2의 황금과도 같은 귀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소금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소금은 정제염을 비롯한 제재염 등 개량 소금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국민들의 체질의 변화를 조장하고 면역력을 약화시킴으로써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자연 그대로의 천일염에 함유된 각종 미네랄을 파괴하여 오로지 공업적인 원소 기호에 부합하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식탁에 공급하고 각종 음식물에 첨가하게 되니 결국에는 소금이 아닌 화학 약품을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생로병사의 여정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것으로 유지하려는 자각이 있다면 자연 상태의 천일염을 꾸밈없이 우리의 식탁에 올리고, 신토불이의 음식물을 건강의 고리로 삼아 행복한 삶을 꾸려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만약 신종플루를 비롯한 각종 질병의 변이종이 창궐하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의 시대가 도래 한다면 이에 대비하여 천일염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약 6,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우리 해안의 갯벌로부터 생산되는 무궁무진한 해산물과, 갯벌의 원천 황토에서 그 비결을 찾아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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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moon25662012-09-18 09:16:07

    소금같은 결정체를 만들고 싶네요. 더 욕심을 부리자면 소금의 혜택으로 발효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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