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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얼굴, 한미 자유무역협정. (1)
  • 기사등록 2011-10-28 14:54:51
  • 수정 2014-12-04 16: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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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의 정오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로 인하여 모든 생명체들의 활기를 북돋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후덥지근한 분위기로 무기력한 정적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이따금 들판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과 먼지는 황량하게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기나긴 하루가 끝나가는 석양에는 서쪽 하늘을 따라 검붉은 노을이 아득하게 펼쳐지며, 고단하였던 하루를 접고 휴식의 순간을 맞이하는 발길로 분주한 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때마침 강가에 뿌리를 내린 거목의 가지에는 아나콘다가 나무를 휘감고 긴장된 모습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강 아래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강과 언덕이 만나는 둔치에서는 성난 모습의 커다란 악어가 입을 벌리고 고개만 내민 채 호시탐탐 나무위의 아나콘다를 노리고 있습니다.

두 개의 생명체들은 제 각각의 위치에서 이제까지 살아온 어느 순간보다 더욱 긴장한 상태로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멋진 만찬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습니다.

쌍방향의 대치가 팽팽하게 유지되는 순간에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포획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속하여 궁리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당장 꼬리를 감추고 후퇴할 것이지만, 둘 다 승리를 장담하는 기세가 있기에 상대방에 대항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다 갑자기 물살을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악어의 거대한 몸이 공중으로 솟구칩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던 아나콘다는 악어를 향하여 놀리던 상체를 잽싸게 위로 치켜세우면서 피하는데 악어는 허공중을 날아 땅에 그대로 곤두박질을 합니다.

악어의 공격이 무위로 끝나고 이와 같은 도약은 이후 몇 차례 똑같은 장면을 연출하고는 합니다.

이제는 아나콘다가 악어를 가지고 놀고 있는 형국으로 계속하여 힘을 빼앗는 동안 기운이 다하면 꼼짝없이 아나콘다의 조르기 한판에 승패가 갈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절체절명의 시간이 침묵 속에 흐르고 또다시 물살을 박차는 악어의 도약이 있자 아나콘다는 이제까지의 똑같은 동작으로 공격을 피하고 있는데 처절한 공격이 끝나가는 순간, 이번 전투에 아무 쓸모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악어의 꼬리가 아나콘다의 몸체를 때리자 충격을 받아 놀란 아나콘다는 잠간 사이에 물속으로 떨어집니다.

엄청난 힘이 부딪히는 굉음과 흙탕물이 일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동안 아나콘다의 거대한 몸뚱이가 순식간에 두 개로 갈라지고 맙니다.

아프리카의 초원에는 매일 같이 생명을 유지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어디에서든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경쟁의 형국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모두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세상의 평화는 어느 정도의 투쟁이 있은 다음 유지되는 숙명적인 굴레를 안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잘살아 보자는 의미인데 위에서 묘사한 형국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상생의 역할이 아니고 누군가는 생명을 내 놓아야 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국제간의 서로 다른 문화와 경제 블록 간에는 삶의 양상이 다양하고 그 경로가 복잡하기 때문에 하나의 권역으로만 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기에 국제사회에서 각 나라와 경제권역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얻어내기 위하여 다른 블록과의 교역을 서두르게 되는데, 무역에 있어서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관세의 장벽을 내세워 자국의 취약부분에 대하여 보호를 하기 위한 방책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교역에 있어서의 승패는 위에서 묘사한 처절한 생존경쟁의 양상과는 약간 다르다 할지라도, 서로 다른 경제체질로 인하여 무관세의 역풍에 의하여 생존의 분야마다 이해득실이 다르게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2007. 4. 2.일경 그동안 우여곡절로 얼룩진 한미자유무역협정이 기나긴 줄다리기를 통하여 객관적인 타결을 마치고 양국 국회의 비준 절차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보다 크고 양질인 월등한 경제구조를 갖춘 거대한 블록과 관세의 장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무역을 하여 이익을 남기겠다는 의도는 필연적으로 취약지역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논의가 시작 되었을 것이며,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장을 받아냄으로써 타결이 되었을 것입니다.

로마의 수호신 야누스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반대방향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관세의 장벽을 허물어버린 두 개의 블록은 하나의 몸과 같은 자유로운 교역을 통하여 장기적으로는 같은 체질로 변하여 갈 것이지만, 내부적인 개체들은 각기 다른 양상의 득실을 따지게 될 것입니다.

양대 블록은 간절하게 자신의 이익을 갈구하고 있지만 서로의 선의적인 경쟁에서 이겨내어 생존의 논리를 펼치려면 부단한 노력이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유무역협정은 도전과 응전에 의한 위기이자 기회이고 야누스의 얼굴이 될 것입니다.

민족의 장래를 놓고 첨예하게 갈리는 찬성과 반대의 주장들에는 각기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오백원권 동전을 놓고 한편은 ‘500’이라 하고 다른 한편은 ‘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 진정한 오백원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반대론자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만신창이가 된 멕시코를 예로 들면서 어차피 상대가 되지 않는 거대 경제구조와는 경쟁이 되지 않을뿐더러, 이미 미국이 주장하는 쇠고기 시장개방, 약가 적정화, 자동차세제 개편,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 상태이고, 한국의 농수축산분야에 엄청난 타격을 주어 농어촌경제를 붕괴시켜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찬성론자들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칠레가 이미 50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성공한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가 자원최빈국으로 오로지 잘 훈련된 인적자원만이 넘치는데다 무역이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다면,

이왕이면 거대한 경제구조와 목숨 걸고 경쟁하여 이겨 내기만 하면 나머지 다른 경제블록과도 경쟁하여 생존할 수가 있고,

초강대국인 미국과 경제적인 의미만이 아닌 정치적인 연대를 통하여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세계의 정치 경제는 은연중 대륙과 도서와 반도를 오가면서 흥망성쇠의 공전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 중, 일은 대륙과 도서와 반도가 있는 세계지도의 축소판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대륙과 도서의 사이에 샌드위치가 된 상태에서 위험스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하나의 통로를 개설하다 보면 양대 세력에 의하여 이겨내지 못하고 고사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양대 세력의 통로 역할을 하면서 경제블록을 슬기롭게 이용하여 오히려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서게 된 것입니다.

조선왕조의 끝자락에서 고종 황제의 섭정을 맡아 국정을 운영하였던 흥선대원군은 중농적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세도정치에 의하여 망가진 왕권도 강화하고, 통일되지 않은 국론을 힘겹게 이끌어 강건한 나라의 기틀도 잡아야 하였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국가기반은 미약한 상태에서 외세의 개방 압력에도 맞서야 했습니다.

스스로의 내성이 없는 상태에서 개방을 서두르다 보면 십중팔구는 열강의 재물이 되기 때문에, 정치와 경제의 안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개방을 미루어야 한다면서 철저한 쇄국정책을 펼치게 된 것입니다.

나름대로 열강의 총탄을 막을 수 있는 두께 15센티미터가 넘는 방탄복의 개발을 완료하여 성능 실험도 마치고, 철선을 주조하여 한강에 띄웠으나 추진기관의 미비로 실패하고 낙담도 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조선말기의 대원군의 고충이 떠오르고 서둘러 외세에 개방을 하였다가 결국에는 나라마저 잃어버렸던 뼈아픈 과거가 생각나는 것은 한미무역협정의 국회비준이 코앞에 닥쳐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국내문제로 서로 간에 미루고 있던 중 미국의회가 먼저 이미 비준을 해놓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진실로 마음을 풀고 사리사욕을 멀리한 채, 진정한 토론을 통하여 국론을 결집시켜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수결의 논리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묵살해 버리는 비상식의 협상은 민족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미 타결된 협상 중 부족함이 있으면 내부적인 토론을 통하여 이익이 많은 측에서 어느 정도의 보전을 해주어 총체적인 이익을 늘려가는 제도를 수립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수차례의 맞장 토론을 통하여 서로간의 이견을 확인하였으면 이에 대한 타당한 대비책을 세우면 되는 것이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고집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급할수록 여유를 가지고 인내와 끈기를 발휘하여 서로간의 이견을 좁혀가는 진통을 의연하게 수렴하고, 모든 국민들의 합리적인 생각들을 한 조각씩 모으다 보면 결국에는 솔로몬의 지혜가 우리 앞에 현출될 것으로 보여 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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