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자연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잡초를 없애고, 떨어진 낙엽을 치우며, 해충을 방제하고 가지런하게 꽃을 심어 놓으면 잘 관리된 공간처럼 보인다. 사람을 맞이하는 농장에서는 청결과 안전도 중요하다. 그런데 생태학의 눈으로 보면 지나치게 깨끗한 관리가 반드시 좋은 관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생각을 해보게 하는 학자가 미국의 생태학자 유진 오덤(Eugene P. Odum, 1913~2002)이다.
오덤은 현대 생태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학자로, 자연을 개별 생물의 집합이 아니라 생물과 비생물적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에너지의 흐름과 물질순환을 이루는 생태계로 바라보았다. 이 관점을 치유농장에 적용하면 농장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 꽃을 찾아오는 벌과 나비, 열매를 먹는 새, 낙엽을 분해하는 미생물, 흙과 물, 햇빛과 바람, 그리고 그곳에서 농사를 짓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까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꽃 한 포기를 예로 들어도 그렇다.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색과 향기를 제공하지만 벌과 나비에게는 먹이를 제공한다. 꽃이 진 뒤 만들어진 씨앗이나 열매는 새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잎이 떨어지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토양의 유기물이 되고 식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식물을 심는 일이 여러 생물과 토양환경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생각하면 치유농장의 관리에서도 잡초가 보이면 모두 뽑고, 낙엽은 떨어지는 즉시 치우며, 꽃이 지면 줄기를 잘라내고, 곤충이 나타나면 방제하는 것이 과연 가장 좋은 관리일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낙엽은 보기에는 지저분할 수 있지만 토양생물에게는 먹이이며 분해되면 유기물이 된다. 일부 자생식물은 곤충의 먹이나 서식처가 되고, 꽃이 진 뒤 남은 씨앗과 열매는 새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죽은 가지나 마른 줄기조차 작은 생물에게는 생활공간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생각하는 ‘깨끗한 농장’과 생물이 필요로 하는 ‘좋은 농장’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치유농장을 자연 상태로 방치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오덤의 생태계 관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관리의 포기가 아니라 관계를 이해한 관리이다. 이용자가 자주 걷는 산책로와 체험공간은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되, 이용이 적은 공간에는 낙엽과 자생식물을 어느 정도 남겨둘 수 있다. 꽃이 진 식물도 모두 제거하지 않고 일부는 씨앗이 맺히도록 두는 방법이 있다. 농장 전체를 동일하게 관리하기보다 이용공간과 생태공간의 관리 강도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관리하면 농장의 생태계 자체를 치유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낙엽을 모아 퇴비를 만들고 그 퇴비로 채소나 꽃을 기르는 활동은 물질순환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꽃을 심은 뒤 어떤 벌과 나비가 찾아오는지를 관찰하고, 열매식물을 심어 계절별로 찾아오는 새를 기록할 수도 있다.
특히 같은 장소를 계절마다 관찰하는 활동은 치유농업과 잘 어울린다. 봄에 싹이 나고 꽃이 피며, 여름에 곤충이 찾아오고, 가을에는 열매와 낙엽이 생기며, 겨울을 지나 다시 싹이 돋는 과정이 반복된다. 참가자는 그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자신 역시 자연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농업 측면에서도 생태계 관리는 의미가 있다. 꽃을 찾아오는 화분매개곤충, 해충을 먹는 천적, 유기물을 분해하는 토양생물은 농업생산에 도움을 주는 생태계의 구성원이다. 다양한 식물과 생물이 존재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경관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농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오덤의 생태학을 치유농업과 연결할 때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사람도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치유농장을 찾은 사람은 자연을 구경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꽃과 열매를 수확한다. 낙엽으로 퇴비를 만들기도 한다. 사람의 행동이 농장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변화한 자연환경은 다시 사람의 감각과 정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점에서는 치유농장의 설계와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꽃밭이 몇 개이고 산책로가 얼마나 길며 휴게시설을 얼마나 갖추었는지만이 아니라, 농장 안에서 토양-식물-곤충-새-물-사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풍부할수록 농장에서 관찰하고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치유자원 역시 다양해진다.
유진 오덤이 생태학에 남긴 중요한 유산 가운데 하나는 자연을 각각의 조각으로 떼어 보기보다 서로 연결된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했다는 점이다. 이 시각을 치유농장에 적용하면 관리의 목표도 달라진다. 보기 좋게 정돈된 농장을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물과 동물, 토양과 사람의 관계가 살아 있는 농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생태계 관리의 관점에서 치유농업이 발전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향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홈볼트가 발견한 자연의 연결성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8.21.)
최연우. 2026. 앨버트 슈바이처에게 배우는 생명존중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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