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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장인가 사회적 농장인가, 현장의 저울질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8-27 08: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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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치유농업과 관련된 농장을 방문했다가 농장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을 준비하기보다는 사회적 농장 지정을 받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은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진입장벽이 높은 데 비해 인증을 받은 이후 농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반면 사회적 농장 지정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좋고 지원사업 등과 연계되는 장점이 있어 그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 농장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치유농업 현장에서 농업인이 치유농업 제도보다 다른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치유농업의 전문성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2026년에도 농촌진흥청은 인증 심사위원을 공개 모집하고 각 지역에서는 인증을 준비하는 농장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인증 준비 과정에서는 시설과 장비 관리, 운영 규정, 수입·지출 및 운영 기록 등 여러 항목을 점검한다. 치유농업을 하나의 전문적인 서비스 영역으로 정착시키려는 과정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회적 농장 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6년에는 분기별로 사회적 농장 지정계획을 공고하고 있으며 서류와 현장심사, 최종심의 등을 거쳐 사회적 농장을 지정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 역시 농촌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공동체의 기능을 높이는 중요한 정책 영역이다.

 

농촌교육농장에도 품질인증제도가 있다. 2026년에도 신규 및 재인증 농장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현장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농장 주변에는 교육농장,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등 서로 다른 정책과 제도가 존재한다.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정책의 이름보다 경영의 선택지로 다가온다. 농가에는 사용할 수 있는 자본과 인력,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어떤 시설을 갖춰야 하는지, 준비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 인증이나 지정을 받은 뒤 어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되는지, 실제 수입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자연스럽게 따져보게 된다.

 

여기에서 치유농업 정책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치유농업을 하려는 농업인이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을 목표로 삼기보다 사회적 농장 지정을 경영상 더 유리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여러 현장에서 나타난다면 그 이유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은 사람의 건강 유지와 증진, 회복을 목적으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시설의 안전성, 운영자의 역량 등에 일정한 기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치유농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시설과 서비스를 구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동시에 인증을 준비하는 농장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 농가는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시설을 정비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며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교육을 받고 기록과 운영체계를 갖추는 데에도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투자가 지속되려면 인증 이후 이용객과 안정적인 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치유농업의 정책 목표가 우수한 치유농업시설의 숫자를 늘리거, 인증에만 집중하는 데 머물면 농장의 지속적인 운영이라는 더 중요한 과제가 남는다. 인증을 받은 농장이 학교, 복지기관, 보건기관, 기업, 지역사회 등의 치유서비스 수요와 연결되고 프로그램 이용료를 통해 적정한 수입을 얻으며, 그 수입을 다시 시설과 프로그램 개선에 투자하는 순환구조가 필요하다.

 

사회적 농장 지정에 관심을 갖는 농업인을 탓할 이유는 없다. 농장주는 자신의 농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오히려 그 선택의 방향을 정책이 읽어야 한다. 치유농업을 하는 농가가 치유농업의 제도보다 다른 제도를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면 그것은 치유농업 정책을 점검할 수 있는 현장의 신호가 된다.

 

치유농업은 좋은 취지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전문성, 서비스 품질과 함께 농장의 경영이 지속될 수 있는 경제적 구조가 맞물려야 산업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앞으로 치유농업 정책에서는 인증을 받기까지의 과정만큼 인증받은 다음 농장이 어떻게 고객을 만나고 수입을 만들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농장에서 들었던 “치유농업 인증보다 사회적 농장 지정을 받겠다”는 한마디는 바로 그 지점을 되돌아보게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치유농업, 폭염도 마케팅 기회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12.).

허북구. 2026. 치유농업의 성공 조건, 농촌자원을 치유자원으로 바꾸는 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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