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일본의 6차산업화는 우리나라 농촌융복합산업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농림어업이라는 1차산업에 가공이라는 2차산업과 유통·판매·서비스라는 3차산업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개념이다. 농산물을 생산해 원물로 판매하던 농가가 가공품을 만들고 직접 판매하거나 농가레스토랑과 관광농원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형태였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6차산업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22년도부터 기존 6차산업화를 발전시킨 ‘농산어촌발 이노베이션(農山漁村発イノベーション)’을 추진했으며, 2025년도부터는 이를 ‘지역자원 활용 가치창출(地域資源活用価値創出)’이라는 이름으로 전환했다. 농림수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여러 주체가 참여하고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농산어촌의 소득 향상과 고용 기회를 확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6차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이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해 판매하는 과정에 관광, 숙박, 음식, 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있다. 활용 대상도 농림수산물에서 지역의 문화와 역사, 산림과 경관 등으로 넓어졌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과 함께 지역 자체가 가진 자원의 가치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도 일본의 ‘지역자원 활용 가치창출 대책’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지역활성화형, 창출지원형, 농박추진형, 농복연계형 등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농박추진형은 농산어촌의 소득 향상과 관계인구 창출을 목적으로 농박 운영체계 구축, 관광 콘텐츠 개발, 국내외 홍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고부가가치 음식 콘텐츠 개발, 체류시설 정비 등을 지원한다.
농촌에서의 소비를 늘리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것에 더해 사람들이 농촌으로 찾아와 먹고, 체험하고, 머물면서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2026년도 농박 관련 전국사업에서는 농박지역의 소비 확대를 위한 모델 창출, 방문 수요 창출, 농박지역의 경영 고도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 수행에도 여행·유통 분야의 기업과 농촌관광 관련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먹거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주목된다. 2026년도 사업에는 ‘지역의 식(食)의 유대 강화 추진운동’이 포함돼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림수산물을 지역의 음식과 외식, 관광 등으로 연결하면 농어업 생산물의 가치와 방문객의 소비를 함께 높일 수 있다. 농수산물이 풍부하고 지역마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전남광주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농업인이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구조에서 여러 주체가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2026년도 사업에는 창업촉진 플랫폼을 활용한 비즈니스 창출, 지역자원 활용과 지역연계 지원, 매칭과 사업화를 촉진하는 코디네이터 파견, 민관협력을 통한 지역문제 해결 등이 포함돼 있다. 농업인이 생산부터 가공, 상품개발, 판매, 관광까지 모두 담당하는 방식보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연결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변화는 전남광주 농촌융복합산업의 방향을 생각하는 데 참고가 된다. 전남은 전국에서도 농수산물 생산 비중이 크고 섬과 해안, 갯벌, 산림, 농촌경관 등 다양한 공간자원을 갖고 있다. 지역마다 음식과 농어촌 생활문화도 축적돼 있다. 광주는 큰 소비시장인 동시에 식품·관광·문화·유통 등의 기능을 농촌지역과 연결할 수 있는 도시이다. 이러한 여건을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서로 연결할 때 새로운 농촌융복합산업의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지역 특산물을 가공품으로 만드는 단계에서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체가 그 농수산물을 사용하고, 여행업체가 생산지와 음식점을 연결한 체험상품을 만들며, 온라인 유통업체가 방문 이후의 구매를 이어주는 구조를 생각할 수 있다. 농촌과 어촌의 경관과 생활문화는 체험과 숙박의 콘텐츠가 되고, 현지에서 맛본 음식은 농수산물과 가공품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생산·가공·관광·음식·유통이 하나의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이다.
이를 위해 전남광주 농촌융복합산업 정책에서도 ‘연결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농어업인과 식품업체, 음식점, 숙박업체, 여행업체, 유통기업 등을 발굴해 서로 연결하고 사업모델을 설계할 전문 코디네이터가 중요하다. 개별 농가의 상품개발 지원과 함께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지역의 가치를 만드는 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6차산업은 농림수산물의 생산·가공·판매를 연결하는 단계에서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사람, 기업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농박 정책이 농촌의 소득향상과 함께 ‘관계인구 창출’을 목표로 내세운 점은 주목할 만하다. 농촌을 찾은 사람이 그곳에서 먹고 머물고 소비하며 다시 찾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농촌과 사람의 관계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남광주 농촌융복합산업에서도 이제 개별 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넘어 지역 안의 농수산물과 음식, 사람, 공간, 기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자원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 사업으로 만드는 능력이 앞으로 농촌융복합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일본에서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전남 농업의 선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20.).
허북구. 2026. 전남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 농산물 가공과 6차산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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