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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에서 카사바 재배와 농촌융복합산업 활용성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8-25 08: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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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자주 이용하는 집 앞 슈퍼마켓에 베트남산 수입쌀이 진열된 것을 보았다. 쌀알이 길쭉한 인디카쌀이었다. 평소 그 슈퍼마켓에 동남아시아 출신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것을 보았던 필자는 주인에게 베트남산 쌀을 진열하게 된 연유를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동남아시아 출신 손님들이 베트남 쌀을 찾거나 판매 여부를 자주 문의해 물건을 들여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슈퍼마켓의 인디카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식문화는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의 음식과 맛에 익숙해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즐겨 먹는 식재료에 대한 수요도 새로운 농산물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일본 효고현에는 이러한 외국인의 식문화 수요에 주목해 재배한 작물이 있다. 바로 카사바(cassava, Manihot esculenta)이다. 카사바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열대성 작물로 땅속의 덩이뿌리에 많은 전분을 축적한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식량작물이며 타피오카 전분의 원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생육 적온은 대체로 25~29℃이며 온도가 낮아지면 생육이 둔화된다. 온대지역에서는 봄에 심어 여름철 고온기에 생육시키고 가을에 수확하는 작형으로 재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사바 노지재배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2019년 카사바 노지재배에 성공했으며, 2020년에는 충주와 보은 농가에서 현장실증 시험재배를 추진했다. 이후 충주의 한 농가는 재배면적을 확대해 2023년 4,950㎡에서 약 30t 생산을 예상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고 카사바칩 등의 가공품 개발도 추진했다.

  

이 사례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판매시장이다. 충주 농가는 초기 생산물을 판매하면서 카사바에 익숙한 다문화가정을 주요 소비층으로 삼아 SNS 등을 통해 판로를 개척했다. 집 앞 슈퍼마켓에서 베트남 쌀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카사바 역시 이미 국내에 형성되어 있는 식문화 수요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남광주는 여름철 고온기간이 길어 카사바 노지재배 가능성을 검토할 만하다. 봄에 정식해 여름철 고온기에 생육시키고 저온과 서리가 오기 전 가을에 수확하는 작형을 시험할 수 있다. 지역별 정식기와 수확기, 적합 품종, 종경의 월동과 저장, 수량과 전분 함량 등에 관한 지역 적응시험이 이루어진다면 재배 가능성과 경제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카사바의 또 다른 가능성은 농촌융복합산업에 있다. 일본 효고현 아이오이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에서는 카사바를 재배해 ‘아이오이모(あいおいも)’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2014년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역 카사바 생산조합 등이 추진한 가공·판매사업을 6차산업화 종합화사업계획으로 인정했다. 지역에서 카사바를 생산하고 냉동제품과 분말 등으로 가공해 생카사바와 함께 판매하는 구조였다.

  

특히 재일 외국인을 중심으로 판매경로를 구축한 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경작포기지 활용과 농가소득 향상, 고용 확대를 연결했다. 이후 농업과 복지를 결합한 농복연계가 추진되었으며, 지역 고등학생들은 카사바를 이용한 아이스크림과 소주 등의 상품개발에도 참여했다. 하나의 새로운 작물이 생산·가공·복지·교육·지역브랜드를 연결하는 소재가 된 것이다.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에서는 카사바의 생산·가공·판매를 한 경영체가 연결했다. 지역산 카사바를 판매하면서 감자튀김처럼 조리할 수 있는 간편제품 등으로 상품화해 온라인 판매로 확장했다. 지역산이라는 특성과 새로운 이용방법을 상품에 담아 부가가치를 높인 사례다.

  

군마현 오라정 사례도 전남광주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도네시아인 배우자를 둔 농가가 가족이 먹기 위해 소규모로 카사바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주변의 일본계 남미인 등 외국인 주민들이 구매하면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농가들은 오키나와에서 종경을 가져와 지역 환경에 맞는 재배와 종묘관리 방법을 발전시켰다. 겨울이 추운 군마현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카사바를 재배하고 종묘를 월동시키는 방식이 정착되었다는 점도 전남광주에 참고가 된다.

  

카사바는 농촌융복합산업 소재로서도 특징이 뚜렷하다. 수확 후 품질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산지에서 세척·박피·가열·냉동·분말화 등의 가공을 연결하면 유통기간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품종에 따라 시안배당체 함량에 차이가 있으므로 식용에 적합한 품종 선택과 안전한 전처리·가공기술도 중요하다. 냉동 카사바, 분말, 전분, 칩과 간편조리식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

  

며칠 전 슈퍼마켓에서 만난 베트남산 인디카쌀은 지역 농업의 새로운 소비자가 누구인지 생각하게 했다. 전남광주에 생활하는 외국 출신 주민들이 어떤 농산물을 찾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가운데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발굴한다면 생산에서 가공·판매·음식문화 체험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농촌융복합산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카사바는 그 가능성을 현장에서 시험해 볼 만한 작물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체, 상품보다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8.4.).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체, 선택과 집중이 성장의 시작이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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