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대만의 농업 매체인 농전매(農傳媒) 2026년 7월 7일자 시사에는 철도 도시락이 소개되었다. 대만 농업부와 철도공사, 지방정부가 손을 잡고 대만 대표 수산물인 장어와 대만돔를 활용한 철도 도시락을 출시해 지역 농수산물을 알리고, 전자상거래 할인권을 제공하며, 관광과 소비를 연결하는 다양한 이벤트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시락 하나가 지역 농어업과 관광, 유통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된 셈이다.
일본 역시 오래전부터 철도 도시락, 즉 에키벤(驛弁) 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여행객들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 지역의 특산물이 담긴 도시락을 사는 것을 하나의 여행 즐거움으로 여긴다. 열차 안에서 먹기도 하지만, 역에 도착한 뒤 구입하여 숙소나 공원에서 먹는 경우도 많다. 도시락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지역을 기억하게 만드는 문화상품이며, 지역 농수산물의 홍보 수단이고, 관광기념품 역할까지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KTX와 일반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철도 도시락은 아직 전국적인 지역브랜드 상품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대부분 획일적인 메뉴에 머물고 있으며, 지역 특성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전남광주 지역은 전국 최고의 농수산물과 음식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철도와 연계한 상품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남광주에는 철도 도시락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식재료가 매우 풍부하다. 광양불고기, 나주곰탕, 담양 죽순과 떡갈비, 보성 녹차, 해남 절임배추와 김치, 장흥 한우, 영광 굴비, 완도 전복, 고흥 유자, 신안 새우와 천일염, 여수 갓김치와 돌산갓, 함평 한우와 버섯, 곡성 토란 등은 이미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특산품이다. 이러한 식재료를 계절에 따라 도시락으로 개발한다면 지역의 맛을 한 상자에 담아낼 수 있다.
도시락은 지역의 농수산물만 담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 상품성과 스토리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도시락 포장에는 생산자의 이야기와 지역의 역사, 관광 명소, 음식문화, 조리법 등을 함께 담을 수 있다. QR코드를 넣어 농장과 어촌, 음식점, 관광지로 연결하면 소비자는 도시락을 먹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경험하게 된다. 도시락 하나가 작은 관광 안내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도시락은 지역 농수산물 판매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대만처럼 도시락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지역 농수산물 온라인 쇼핑몰 할인쿠폰을 제공하거나, 특산품 구매 이벤트를 연계하면 도시락은 일회성 소비가 아니라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 도구가 된다. 소비자가 도시락에서 맛본 전복이나 갓김치, 녹차, 김치를 집에서도 다시 주문할 수 있다면 생산자에게도 새로운 판로가 만들어진다.
전남광주통합시 출범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광주의 소비시장과 전남의 농수산물 생산기반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는 만큼, 철도역은 지역 먹거리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광주송정역, 목포역, 여수엑스포역, 순천역, 나주역 등 주요 역마다 대표 도시락을 개발하고, 계절마다 다른 메뉴를 선보인다면 여행객들은 역에 들를 때마다 새로운 맛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축제와 연계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보성다향대축제 기간에는 녹차도시락, 광양매화축제에는 매실도시락, 함평나비축제에는 나비도시락, 완도장보고축제에는 해조류와 전복도시락,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에는 굴비도시락처럼 지역 행사와 계절성을 반영한 한정판 도시락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정판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중요한 전략이 된다.
최근 지역경제에서는 '먹거리 관광(Food Tourism)'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유명한 경치만 보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과 이야기를 함께 경험하기 위해 이동한다. 철도 도시락은 이러한 먹거리 관광을 가장 쉽고 친숙하게 실천할 수 있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이다.
이제 철도 도시락을 단순한 한 끼 식사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 농업과 수산업, 식문화, 관광, 유통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만과 일본의 사례는 도시락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문화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남광주가 가진 풍부한 식문화와 우수한 농수산물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발상과 협력이다. 철도역에서 지역을 맛보고, 그 맛이 다시 지역 농수산물 구매와 여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전남광주의 식문화는 지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자 농수산물 판매 전략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2. 나주 가고배에 함축된 특산품과 나주역 활용법.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2.3.21.).
허북구. 2026. 일본의 가스트로노미 관광과 전남 청년창업농의 가능성.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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