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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켈러트의 생물친화성과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7-01 08: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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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처음 농장을 찾았을 때는 말수가 적고 표정이 굳어 있던 참여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닭을 돌보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며, 텃밭의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얼굴에 미소가 생기고 마음의 긴장도 서서히 풀린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생각이 정리된다", "살아 있는 존재와 함께 있으니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생명체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 미국의 환경학자 Stephen R. Kellert(1943~2016)이다. 그는 생물학자 Edward O. Wilson이 제시한 생물친화성(Biophilia) 개념을 인간의 삶과 환경, 교육, 건축, 복지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시킨 대표적인 학자이다. 생물친화성이란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자연과 생명체를 가까이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명과 연결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이다. 켈러트는 이러한 성향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행복,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특성이라고 설명하였다.

  

켈러트는 인간이 자연을 단순히 이용하거나 소비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꽃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숲에서 평온함을 경험하며, 동물에게 친구와 같은 애정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오래된 나무나 산, 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이러한 다양한 관계가 인간의 정서와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자연과의 건강한 관계는 삶의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치유농업은 생물친화성을 가장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공간 가운데 하나이다. 치유농장에는 작물과 꽃, 나무뿐 아니라 곤충과 새, 반려동물, 가축 등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살아간다. 참여자는 농작물을 심고 가꾸며 성장의 기쁨을 경험하고, 동물을 돌보며 책임감과 배려심을 배우게 된다. 씨앗 하나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단순한 농작업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직접 경험하는 과정이 된다.

  

특히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치유농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와 함께 산책하거나 토끼를 안아 보고, 닭이나 염소에게 먹이를 주는 활동은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다. 동물은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말없이 곁을 지켜 주는 존재와의 교감은 참여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외로움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동은 동물을 통해 공감 능력과 배려심을 배우고, 노인은 돌봄의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와 활력을 되찾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치유농업이 단순한 농촌 체험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이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켈러트의 연구는 치유농업에서 식물의 역할도 새롭게 이해하도록 한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이지만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며 열매를 맺는다. 참여자는 이러한 변화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기다림과 인내를 배우고, 작은 변화에도 기쁨을 느끼게 된다.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 가는 과정은 생명의 지속성과 희망을 상징하며, 현대인에게 잊고 있던 자연의 시간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최근 치유농업에서는 반려동물과 식물, 자연환경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농장 산책하기, 동물 먹이 주기, 텃밭 가꾸기, 허브 향기 체험, 곤충 관찰, 새소리 듣기, 계절별 생태 변화 기록하기 등은 모두 생명체와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활동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자연을 존중하고 생명을 배려하는 태도를 기르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다만 치유농업에서 동물을 활용할 때에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동물은 치유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참여자의 안전은 물론 동물의 복지와 스트레스 관리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동물의 특성과 행동을 이해한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치유농업에서도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천하는 운영 기준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도시화와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오히려 살아 있는 생명과 직접 만나고 교감하는 경험은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치유농업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티븐 켈러트가 발전시킨 생물친화성은 치유농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치유농업의 본질은 사람과 식물, 동물, 곤충, 흙과 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도록 돕는 데 있다. 생명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은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회복을 넘어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 치유농업이 더욱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안드레아스 베버의 생명철학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6.23.)

최연우. 2026. 도널드 노먼의 감성디자인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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