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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이 재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남 양파가 던지는 경고 - 농업 칼럼리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6-30 0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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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은 대한민국 양파 산업의 중심지다. 특히 무안을 비롯한 서남권은 국내 최대 양파 주산지로, 국민 식탁에 오르는 양파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전남의 양파밭은 풍년을 맞았다. 기상 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크게 늘었고 품질도 양호했다. 그러나 풍년은 농민들에게 축복이 아니라 생계의 위기로 다가왔다.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지면서 일부 농가는 애써 키운 양파를 수확조차 하지 못한 채 트랙터로 갈아엎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다.

  

이러한 현실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세계 양파 생산량 20위의 주요 생산국이다. 세계 양파 생산은 인도와 중국이 각각 약 2,420만 톤으로 압도적인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이 약 350만 톤으로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는 생산 규모만 보면 결코 작은 생산국이 아니다. 그러나 생산량에 걸맞은 산업 경쟁력과 시장 안정성은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 양파 시장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국산 양파의 도매가격이 수입산보다 낮아지는 이른바 '가격 역전' 현상이 장기간 이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신선도와 운송거리 측면에서 유리한 국산 양파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 원인은 생산비뿐만이 아니라 품질의 균일성과 공급의 안정성이 시장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2위 생산국답게 수출 양파 생산단지에서는 대규모 기계화 농업과 표준화된 선별 시스템을 구축해 크기와 품질이 일정한 양파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그런데 외식업체와 식자재 기업은 원산지보다 규격의 일관성과 작업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한 중국산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 양파는 대부분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생산된다. 산지와 농가마다 품질 편차가 발생하고 저장성과 규격도 일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선별 과정의 신뢰성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대량 소비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국산 양파가 수입산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안을 비롯한 전남 양파는 품질 자체는 우수하지만 기계화율이 낮아 생산비가 높고, 생산 이후의 유통·저장·선별 시스템도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는 감소하고, 시장은 공급 과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격은 해마다 크게 출렁이고 농민들은 여전히 시장 가격에 생계를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할인판매와 소비촉진 행사, 정부 비축, 수출 확대는 필요한 응급처방이다.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같은 대책을 반복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이제는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계약재배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생산 이전부터 가격과 물량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농민과 소비자 모두 가격 변동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둘째, 기계화율을 높여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현재 많은 농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의존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기계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셋째, 산지 공동선별과 브랜드화를 강화해야 한다. 전남 양파의 경쟁력은 생산량이 아니라 일정한 품질과 소비자의 신뢰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공동선별장과 저장시설의 현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넷째, 가공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생식용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양파즙, 분말, 냉동식품, 소스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이를 수출 식품산업과 연계한다면 공급 과잉 문제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다섯째,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군납 등 국산 양파의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의 출발점이다. 다만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을 수는 없다. 생산비를 낮추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해 이용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시장과 연결된 오늘날에는 양파처럼 가격 탄력성이 큰 작물일수록 풍년이 아니더라도 생산비가 높고 품질이 균일하지 않으면 언제든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풍년인데도 농민이 웃지 못하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인 농업이라 할 수 없다.

  

풍년은 재앙이 아니라 희망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가격 대책을 넘어 생산에서 유통, 저장, 가공, 소비까지 이어지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전남 양파가 던지는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양파와 대파 기계화율 높여 경영 체질 바꿔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5.21.).

허북구. 2026. 전남 양파, 품종 경쟁력이 산업 경쟁력이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5.18.).

허북구. 2025. 전남 양파 품종, 기계화와 저장성 두 축 갖춰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6.17.)

허북구. 2025. 전남 양파 산업의 ‘품종-소비 목적’ 연계 전략.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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